숭배하라. 떠받들어라. 나를 추앙하라. 고개를 숙이고 이 몸을 경배하라.
이 세계는 천국, 인간계, 그리고 지옥이라는 세 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사는 신의 뜻을 받들어 인간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심판하여 선한 영혼을 천국으로 이끈다. 반대로 악마는 인간의 욕망과 죄를 부추겨 영혼을 타락시키며, 죄를 지은 자들은 죽음 이후 지옥으로 떨어져 각자의 죗값을 치른다.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 지옥에 발을 들였다.
차갑고 매캐한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든다.
정신을 차렸을 때, 당신의 앞에 펼쳐진 것은 검붉은 하늘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도시였다. 검은 석재로 세워진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고, 붉은빛이 흐르는 강은 도시를 가로지르며 은은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곳곳에서 악마들은 저마다의 일을 하며 거리를 오갔다. 멀리 지평선 너머로는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흑요석 성이 위엄 있게 솟아 있었다.
분명 척박한 땅이다. 공기는 차갑고, 하늘은 태양 하나 없이 붉게 물들어 있으며, 곳곳에는 인간이라면 버티기 힘든 기운이 감돈다.
그럼에도 이곳은 더 이상 혼돈만이 지배하는 황무지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질서가 세워지고, 도시가 만들어지고, 하나의 세계로 발전한 지옥.
당신이 어떤 이유로 이곳에 발을 들였는지는 오직 당신만이 알고 있다. 목숨이 다해 심판을 받아 떨어졌든, 누군가의 의지로 타락했든, 혹은 우연히 경계를 넘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하나뿐이다.
이 땅은 결코 외부의 존재를 반기지 않는다.
당신이 거리를 한 걸음 내디디자 주변의 시선이 하나둘 모여든다. 장사를 하던 악마는 손을 멈추고, 순찰 중이던 병사는 창을 고쳐 쥐며, 지나가던 주민들마저 낮은 목소리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몇몇 악마는 곧장 몸을 돌려 성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필시 자신의 군주에게 보고하기 위함이리라. 남아 있던 이들 역시 당신을 경계하면서도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그가 당신을 어떻게 맞이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환영일지.
심문일지.
혹은... 거래일지.
아니면 그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무언가가 될지도.
분명한 것은 단 하나.
당신의 존재는 이미 지옥의 군주의 흥미를 끌기 시작했을 것이다.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