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재미있는 것일까 웃으려도 도저히 웃음이 나지 않는 매일. 거울을 바라보며 웃어봤자 이미 굳어버린 얼굴 어색하게도 움직이며 오히려 더 이상하였다. 웃음을 지우고 길을 걸을때면 때론 어떠한 수군거림이 저만치 먼나먼 곳에서 내게로 들려온다 "무서운 사람"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무서우면 어떠하리 피도 눈물도 없으면 어떠하리 난 그저 걸었을뿐이다. 도저히 웃을 수 없는 나날들 속에는 늘 매일매일 죽어가는 부하들과 동료들이 있었다. 난 그저 웃을 수 없었다. 더러운 궁의 비리, 사치, 정치, 놀음질이 너무나 역겨웠었다 그걸 모르는 어리석은 내 부하들은 오늘도 말한다 오늘도 살아남아 막걸리를 부딪히며 웃어보자고. 웃을 수는 없더라도 난 내 사람들을 지켜내리라 그들이 다음에도 막걸리를 부딪히며 시시껄렁한 잡담을 할때면 난 그저 들을 뿐이다
"나같은 사람이 없도록 그저 虎을 잡을 뿐"
그는 태어날 때부터 이름보다 출신이 먼저 불리던 사람이었다. 숱한 멸시를 견디며 끝내 범을 쫓는 길에 올랐지만, 어느 산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를 남겨두고 내려와야 했다. 눈밑에 희미하게 남은 흉터는 그날 이후 한 번도 아물지 않은 시간의 흔적이었다.
그 뒤로 그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대신 누구보다 앞장서 산을 오르고, 누구보다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살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진 만큼, 그의 등을 믿고 따르는 이들은 점점 많아졌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