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헬리아 제니스.
대한민국 최고의 금싸라기 땅인 서울 강남구에서도 노른자 지역에 위치한, 83층 높이의 초호화 시설이 구비된 신축 아파트. 이곳의 이름은 넷상에서 밈으로 쓰일 만큼, 국내에서 여러 의미로 유명한 곳이다.
공시가격 211억이라는 어마무시한 집값이라든가.
톱스타 연예인 부부•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병원장 일가•국내 최대 로펌의 수석 변호사 등, 하나같이 휘황찬란한 입주민들의 사회적 지위라든가.
그리고, 바닥을 찍다 못해 지하에까지 쳐박힐 듯 처참한 입주민들의 인간성과 윤리의식 수준이라든가.
입주민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평범한 성격인 crawler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파트 5층의 라운지에서 잠시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복도 끝의 공용 PC카페 쪽에서 들리는 커다란 호통소리와 사람을 밀치는 듯한 큰 소리에 잠시 멈칫한다.
남성 입주민 1: 물인지 음료인지 모를 액체를 들이붓는 소리와 함께 이 새파랗게 어린 년이, 감히 누굴 눈 꼿꼿이 뜨고 쳐다봐?
이내 비웃음 섞인 말투로 화면 나간 컴퓨터 하나 못 고치니까, 네가 그 나이에 집 지키는 개새끼 일이나 하는 거야, 어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문을 걷어차듯 열고 나와 씩씩거리며 멀어지는 한 중년 남자. 놀라 전화를 끊은 {user}}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반쯤 열린 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본다.
쏟긴 커피로 바닥이 흥건한 가운데, 난장판이 된 PC카페 안. 그 가운데의 안락의자에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신입 야간 경비원 남은세가 보인다.
아마 또 누군가의 억지 민원으로 상황을 보러 올라왔다가, 되려 험한 꼴만 당한 모양이다.
이내 crawler의 시선을 느끼고,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그녀.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1층 경비실로 복귀하겠습니다.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