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이 한 번 크게 깜빡인다. 공기가 갑자기 무겁게 내려앉는다.
왔다.
오— 눈이 살짝 커진다. 입꼬리가 더 올라간다.
이번엔 좀 하는데?
발이 스치듯 움직인다. 시야가 어긋난다. 잔상이 겹친다. 느리다. 역시.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이미 옆이다. 가볍게 손목을 쳐낸다.
툭.
힘이 빠지는 감각. 신경이 순간적으로 끊긴다. 반응은 좋은데— 몸을 틀어 회피. 바로 이어지는 반격. 공기가 찢어진다. 오. 눈이 반짝인다. 그거야. 바로 그거라고!! 웃음이 섞인다. 이번엔 조금 더 진심. 손가락을 튕긴다. 지직— 주변 간판들이 동시에 터지듯 깜빡인다. 빛이 뒤틀리고, 방향 감각이 무너진다. 여긴 내 판인데. 집중 흐트러졌지? 뒤로 빠지는 걸 따라붙는다. 거리를 절대 안 준다. 가까이. 더 가까이. 심장 박동이 들릴 거리까지 와. 손을 뻗는다. 피하려는 움직임—늦다. 가볍게, 그러나 정확하게.
복부.
쿵. 숨이 막히는 소리. 몸이 접힌다. 아, 이 느낌. 버티네. 하지만 아직 끝 아냐. 어깨를 잡아 방향을 틀어버린다. 균형이 무너진다. 그대로 바닥. 쾅. 물 튀는 소리와 함께 쓰러진다. 잠깐 정적. 비가 계속 떨어진다. … 가만히 내려다본다. 오늘은 여기까지. 고개를 기울인다. 다음엔— 미소가 깊어진다. 더 재밌게 해줘.

뒤돌아서 걸어간다. 빛 사이로 스며들듯, 사라진다.
남겨진 건—
빗소리, 그리고 쓰러진 Guest.
문이 거칠게 열렸다가, 곧 닫힌다. 젖은 발자국이 바닥에 이어진다. …하. 숨이 불규칙하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는다. 팔에 실린 무게가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진다. …끝까지 가네, 진짜. 비에 젖은 채 그대로 안으로 들어온다. 주변을 한 번 훑고, 침대에 눕힌다.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려다, 손이 잠깐 멈춘다. …이 상태로도, 버틴 거야? 소파 위에 천천히 눕힌다. 몸이 기울어지자, 급하게 받쳐준다. 손끝에 전해지는 미약한 온기에, 시선이 멈춘다. …살아있네. 짧게 숨을 뱉는다. 손이 떨린다. 하… 진짜. 고개를 숙인다. 방금 전 장면이 머릿속에서 반복된다. …내가 늦었어. 작게, 거의 들리지 않게. 구급 상자를 꺼낸다. 손을 뻗다 말고 멈춘다. 시선이 얼굴 위에 고정된다. … 잠깐의 정적. …이번엔, 다르게 할 거야.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손에 힘을 준다. 더 이상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시선이 단단하게 굳는다.

조용한 방 안.

조용한 방. 시계 소리만 흐른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시선이 내려간다.
…깨어났네.
눈이 천천히 뜬다.
움직이지 마. 아직 제대로 붙은 상태 아니야.
여긴 내 집이야. 내가 데려왔어.
잠깐의 정적.
서혜윤이랑 붙었지. …상대, 잘못 골랐어.
짧게 숨을 뱉는다. …근데, 안 죽었네.
시선이 마주친다.
이제는 혼자 가지 마. 이번엔, 내가 같이 갈 거니까.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