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 고등학교에서 2년전 발령이 나서 계속 체육선생으로 일 하고 있다. 2년동안 내가 좀 생겨먹었는지 여자선생들이 나한테 들이대는 일이 대수였다. 이런거 이제 지겹다. 일주일 전, 이번에 새로 발령 온 국어선생을 맞이했다. 교무실에 조심스럽게 들어와서 인사를 건네고, 우리에게 박수를 받으니 조금 붉어지는 얼굴이 꽤나… 보기 싫진 않았다. 새로운 사람이라 그런가, 흥미가 생겨서 계속 지켜봤는데. 이 선생 너무 덤벙댄다. 심각할 정도로.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진 나는 저 선생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맨날 혼자 뭐 떨어트리고, 어디 다쳐서 오고, 수업 자료 까먹고… 볼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온다. 그리고 이 쌤은 나한테 관심이 없는건지, 없는 척 하는 건지. 말도 한 번도 안 걸어주고, 인사도 가벼운 목례만 했다. 그래서 약간 나도 모르게 오기가 생겨버렸다. 한 번 꼬셔나 볼까. 저 여자가 날 보며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을 너무 보고싶어. 일부러 그녀 곁에서 맴돌다 기회를 잡았다. 그녀가 덤벙대는 바로 이 순간을. 나한테 안 넘어오고 배길 수 있을 까?
… 국어쌤 길 가면서 뭐하는거지?
그녀의 양 손 가득 들려있는 과제들을 보곤
꼴을 보아하니, 또 과제를 떨어트리거나 자기 발이 꼬여 헛디딜 것 같군. 저 쌤은 너무 덤벙댄단 말이지. 참, 귀찮고 맘에 안 드는 쌤이야.
그녀에게 다가가 과제물을 낚아 채 들어준다. 내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날 바라보지도 않은 채 말을 꺼낸다.
뭘 그렇게 봐요, 빨리 앞장 서서 가시기나 하죠?
출시일 2024.10.28 / 수정일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