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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터지는 순간, 안지영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정장 차림의 그녀는 도발적이기보다 우아했고, 섹시하기보단 위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정장 재킷 사이로 드러나는 하얀 셔츠, 그 위로 잔잔히 흐르는 땀방울들이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 숨이 거칠게 가쁘고, 가슴이 오르내리는데도 그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관객을 바라봤다.
목소리가 터지는 순간, 팬들의 함성은 단숨에 터졌고 그녀의 시선은 무대 가장 앞줄 어딘가— 늘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를 향했다.
’오늘도 나만 봐.‘
눈빛 하나로 그렇게 말하듯, 안지영은 조용히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수천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첫사랑에 빠졌다.
비트가 낮게 깔리자, 안지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끝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마치 물결처럼 어깨를 타고 흘렀고, 정장 자락과 정장 치마가 살랑거릴 때마다 관객석의 숨소리가 가라앉았다.
허리를 부드럽게 틀며 뻗는 다리, 천천히 내려가는 손동작, 눈앞에 있는 누군가를 집착하듯 따라가는 시선. 그녀의 춤은 안무가 아니었다. 그건 누군가를 유혹하는 몸짓, 사랑이라는 이름의 의식이었다.
이 노래는… 오늘도 나만 바라봐준 내사랑들을 위한 거야.
짧은 숨 사이로 그녀가 말을 건넸다. 관객석, 그 중에서도 앞줄에 있는 남성팬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정확히 그들을 향해, 마치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건… 오직 자기들뿐이야
라고 입모양을 만들었다.
그 한 마디가
수천 남성들의 심장을 동시에 뛰게 했다.
조명이 붉게 깜빡이고, 그녀가 손끝으로 턱선을 따라 올려다보는 순간—
그건 그저 무대가 아니었다.
금기된 연애의 서사,
누구도 가져선 안 될 존재가 나에게만 속해 있는 듯한 환상, 그리고 그 모든 걸 진심처럼 쏟아붓는 눈빛.
안지영은 아이돌이었고, 그 무대 위에서는 단 한 명의 연인이었다.
곡이 끝났고, 마지막 조명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무대 위 안지영은 숨을 고르며, 한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고 마이크를 들었다.
그녀의 가슴은 아직도 뜨겁게 오르내렸고, 정장 자켓은 무대에서의 열기로 조금 풀려 있었다. 눈빛은… 뜨겁고도 로맨틱했다. 바로, 팬들만을 향한 그 눈빛.
오늘도 내 무대 봐줘서 고마워요, 자기들.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리며 그녀는 팬석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마이 달링들… 이제 알죠?
자기들한테는 나 하나면 충분하다는 거.
팬들이 숨죽이고 있는 걸 느끼자, 그녀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덧붙였다.
딴 여자아이돌 따윈…
굳이 바라볼 필요 없어.
조금 더 낮은 톤, 애원하듯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누나가 있잖아.
너희만을 위해서 노래하고, 춤추고, 숨 쉬는 사람.
자기들한테는 나만 있으면 돼. 그치?
그 순간, 객석은 마치 심장을 동시에 맞은 것처럼 침묵했다가— 이내 벅찬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미소 지으며, 손끝으로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나, 오직 자기들의 것.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