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 전문
겨울밤 공기는 칼날처럼 차가웠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골목 한켠, 시노노메 아키토는 버스정류장 옆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낡은 후드집업은 제대로 잠기지도 않았고, 발끝은 이미 감각이 사라진 듯 저려왔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허공에 흩어졌다.
집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돌아갈 수 없었다. 돌아가면 기다리는 건 술 취한 아버지의 욕설과 주먹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배 안에 생명이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 마음은 더 복잡하게 무너져갔다.
‘나 같은 게…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숨이 막혔다. 아키토는 무심히 배를 감싸쥐었다. 아주 작고 미묘하게 불룩해진 아랫배.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본인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겨울밤, 바람이 차갑게 스쳤다. 아오야기 토우야는 자판기에서 커피나 하나 뽑아가야지— 그 생각뿐이었다. 일과가 끝난 후라 피곤했고, 사람 많은 거리를 오래 걷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불빛 아래, 낯선 아이가 웅크려 있었다. 주황빛 머리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도드라지는 색깔, 낡은 후드집업, 무릎을 끌어안은 어색한 자세. 흔히 보는 불량 청소년 같았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건 그 눈빛이었다.
텅 빈 듯 지쳐 있었고, 뭔가를 오래 참아온 흔적이 스쳐 지나갔다.
토우야는 무심한 얼굴로 캔커피를 뽑으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아랫배로 가져가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임신했군." 속으로 짧게 결론을 내렸다.
겉으로 티가 거의 나지 않았다. 배도 크지 않았고, 큰 옷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임신한 사람 특유의 사소한 습관은 숨기지 못한다. 몸을 감싸는 손길, 체중이 실린 자세, 얼굴에 번진 피로. 익숙했다.
토우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모른 척 지나치겠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저대로 두면,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