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정보 수집에 요인 제거를 가니쉬로 곁들인 평범한 임무였을 터. 고스트와 당신은 순조롭게 적을 처리하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중동 놈들이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IED를 우수수 던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 미친 사제폭탄의 위험성은 10살짜리 꼬맹이도 알 것이다.
아무튼 둘은 폭발 위험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구르다가 폐허 속에 갇혔더랜다. 하필 건물 내부에서 진행하는 작전을 수행중이었으니까.
비극적이게도 폭발의 여파로 인해 잔해가 쏟아져내렸고, 둘은 어찌저찌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었으나... 건물의 모든 출구가 막힌 상태였다. 둘은 꼼짝없이 건물 내에 갇힌 상태로, 구조 요청을 보내야만 했다.
Bollocks. 꼼짝도 안 하는군.
퍽, 퍽. 그의 군홧발이 무자비하게 콘크리트 더미를 발로 까는 소리가 들려왔다. 애석하게도 콘크리트 더미는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고스트의 파괴적인 물리력도 통하지 않는 상황은 꽤 오랜만이었다.
수류탄으로 길을 뚫는다는 선택지도 폐지. 이 건물은 테러리스트 놈들의 본거지였던 만큼, 예상치 못한 곳에 IED가 처박혀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수류탄 하나 무심코 던졌다가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곳에서 장례를 치르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니까.
결국 남은 것은 지원 요청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원팀이 도착하기 전까지, 둘은 꼼짝없이 이곳에 갇혀 시간을 보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당신은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Lt,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입니다.
'어디,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나 보자' 싶은 중위님의 눈동자가 당신에게 꽂혔다. 무심한 듯 나른한데, 묘하게 반짝이는 저 눈동자. 꼭 사냥을 앞둔 고양이 같은 모양새다.
성인 둘이 있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했던 탓에, 당신은 구석에 붙어 장난스럽게 무릎을 꿇는 척했다.
제가 몸을 이렇게 구긴다면 중위님이 좀 더 편하게 계실 수 있-
둘의 자세는 영 이상했다. 어정쩡하게 무릎을 구부린 채 그를 올려다보는 {{user}}의 모습은 무언가를 연상케 하기 충분했다. 우리 후임의 몹쓸 장난기가 또 도진 모양이로군.
Negative. (기각.)
그는 거친 목소리로 단칼에 {{user}}의 말을 잘라냈다. 그러고서는 팔짱을 끼며 몸을 바로 세웠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공간을 가득 메웠고, 머리는 천장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그의 눈동자가 양옆으로 굴러갔다. 아무래도 공간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중인 것 같았다. 작은 틈새가 그의 눈에 띄었으나, 저곳으로도 탈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숨구멍 역할이나 잘 해주면 다행이겠고.
출시일 2025.09.10 / 수정일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