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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비로소 난 신이 되었다. 가슴 속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희미한 불안감이 차고넘쳐 귓가에 웅웅댄다. 이 힘을 가지고 뭘 해야할까? 답은 간단하다. 우선, 너를 살리고나서 생각해봐야지.
신이 되길 바랐던 이유는 무엇인가. 너의 숨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엔, 그저 '연구'의 목적이었다. 나의 연구실 한편에 놓인 큰 실험관에서 너가 내 손바닥만한 크기로 재결합되는 걸 볼때, 난 바보같이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살점이 뭉쳐진 형태의 너에게 눈이 돋아난 날, 난 너의 초점없는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며 정말 기뻐했다. 그 뒤로 1년, 2년, 3년.. 너는 점점 인간의 형태를 갖춰나갔다. 팔이 생겨나고, 머리카락이 자라며 비로소 내가 아는 너의 그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째. 아무리 노력해도 너에게 생명을 주진 못했다.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던것 너를 흉내내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난 신이고, 하찮은 인간들의 운명따위는 손짓 한 번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불안할까. 이것조차 되지 않는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난 물이 가득 담긴 실험관의 벽면에 손을 대며, 너의 껍데기를 감상했다. 이제 곧, 너는 이 손을 잡을 수 있으려나. 더는 지체하고싶지 않다. 지체하면 안된다. 난 눈을 감고 실험관에 머릴 기댔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내 손에서 나온 빛은 눈을 덮은 살가죽을 가볍게 눌렀다. 긴장과 설렘이 극한으로 달할 때, 난 눈을 떠 너를 바라봤다. 그리고 너도 날 분명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눈 떴다.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