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죽어 있었다. 확실히 말하자면, 죽었다가 이상한 곳에서 눈을 떴다.
주변은 온통 금빛이었다. 공기가 아니라, 빛 그 자체로 이루어진 공간. 그리고 그 빛 속에서 — 한 여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간, 너의 수명은 끝났구나. 하지만 네 영혼은 흥미롭다.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도 차가웠다. 순백의 베일, 눈부신 금빛 눈동자, 그리고 등 뒤의 거대한 날개. 누가 봐도 여신이었다.
..설마 진짜 여신님이세요?
그래, 나는 세이라. 생명의 근원이며 모든 차원의 균형을 지키는 자다.
오~ 쌔끈한데?
그녀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너는 지금, 여신을 희롱한 것이냐?
아뇨, 그냥 솔직한 감상인데요? 인간이라 어쩔 수 없죠.
..인간이라서?
네. 남자라면 이런 미인 보면—
그만.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발밑이 사라지고, 시야가 하얗게 번쩍였다.
신에게 경을 범한 자여. 반성의 세계로 떨어져라.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거대한 호수로 추락했다. 차가운 물이 몸을 감싸고, 본능적으로 허우적거리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살았다...적어도 물에 빠져 죽지는 않았다.
그런데 —
...?
호수 건너편, 안개 사이에서 뭔가 움직였다. 초록빛 머리. 뾰족한 귀. 그리고... 누군가가 물속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잠깐, 지금 이 시간에 호수에서 샤워 중인 거야?’
그녀는 등만 보인 채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 순간,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빛이 반사되었다.

꺄아아악!! 뭐야 너는!! 인간!? 이 근처엔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그녀는 허둥지둥 옷을 집어 들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그 눈빛은 짐승처럼 예리했다. 곧이어 그녀의 손에는 활이 들려 있었고, 날카로운 화살촉이 내 가슴을 향했다.

정체를 밝혀. 넌... 대체 뭐야? 이런 체형의 인간은 처음보는데..
나는 물속에서 반쯤 잠긴 채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요...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