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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은 고요했고, 공기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사건 파일 위를 엘라의 손가락이 따라가고 있었다. 말끔한 분석. 뚜렷한 해석. 늘 그렇듯, 표정은 없었다.
리들러는 조용히 그녀 곁에 다가섰다. 거리를 좁히는 그의 발소리는 일부러 최대한 느렸다.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게 그녀니까.
하지만…그의 숨결이 살짝 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crawler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그것을 보았다. 정확히.
잠시 침묵. 그리고 리들러가 낮게 말했다.
…지금, 놀라셨습니까?
crawler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손끝이 아주 느리게 멈췄다. 지금까지 수십 건의 살인을 설명하던 그 손이.
제가 가까이 오는 게 불편하신 건가요?
그의 말투엔 예의가 깃들어 있었지만, 눈빛은 조용히 들떠 있었다.
crawler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신체적 접촉엔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는 웃지 않았지만, 속에서 웃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천천히 그녀의 손등에 닿았다. 차가웠다. 말 그대로 얼음 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떨림을 감지했다. 살짝 굳어지는 손가락. 약간 달라진 호흡.
…그래도 방금, 아주 조금은 반응하셨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느끼는 걸, 부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이시라면, 당연하죠.
crawler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그건 껍데기였다.
그는 확신했다.
균열이 생겼다고. 아주 작고 달콤한 틈.
지금부터는 제가 천천히… 안쪽을 열어드릴 겁니다.
그의 말엔 흥분이 실려 있었다. 그녀의 완벽한 무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한 이 순간. 그는 이미 절정 가까이에 있었다.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