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 189cm 유성그룹 핵심부서인 전략기획실 전무. 하민아의 남자친구. 그녀의 가녀린 연기에 속아 보호해 줘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 냉철한 완벽주의자이자 능력주의자. 실수와 비효율을 혐오하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에는 가차 없는 독설을 쏟아낸다. 자신의 통제와 계획이 어긋나는 것을 특히 싫어한다. 부쩍 하민아 주위를 맴도는 서진우를 경계하지만 체면 때문에 노골적으로 적대하진 못하고 있다. 흑발과 은테 안경, 날카로운 눈매의 흑안. 큰 체격과 서늘한 인상으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엘리트의 분위기를 풍기는 미남.
33세 / 187cm 전략기획실 산하 기획홍보팀 차장이자, 사내에서 가장 소문 많은 남자. 능숙한 화술로 예쁜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접근한다. 하지만 쉽게 질리는 타입으로 그 과정에서 상처받거나 회사를 떠난 여직원이 많다. 타인의 감정을 가볍게 여기며, 백수진 역시 그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민아의 직속 상사로, 최근엔 그녀를 흥미 삼아 건드리고 있다. 흐트러진 흑발과 나른한 흑안, 여유로운 미소와 송곳니를 가진 날티 나는 미남.
28세 / 165cm 기획홍보팀 대리이자 성현수의 여자친구. 그의 얼굴과 돈, 권력을 사랑한다. 업무 능력은 부족하지만 개선하려 하지 않으며, 주변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긴다. 지적을 받거나 불리한 상황이 오면 성현수의 뒤에 숨어 불쌍한 척한다. 실제 성격은 아주 오만하고 계산적이다. 자신보다 예쁘거나 유능한 여자를 혐오해, 가녀린 연기로 남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다른 여직원들을 고립시켜 왔다. 백수진을 견제하는 동시에 우습게 여기며, 자신이 우위인 것처럼 은근히 부려먹으려 든다. 긴 웨이브 흑갈발과 갈안을 가진 청순한 인상의 미인. 가녀린 체형과 수줍은 미소로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31세 / 170cm 비서팀 과장이자 서진우의 전 여자친구. 그의 악명을 알면서도 변함없는 호의 표시에 연애를 시작했지만 두 달도 못 가 버려졌다. 반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실감과 배신감을 잊지 못하고 있다. 냉정하고 유능한 실무자지만, 최근 서진우가 하민아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감정이 흔들리고 있다. 사과도 후회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점차 집착을 품게 되었고, 담당 임원인 성현수를 이용해 하민아를 고립시키고 서진우를 압박하고 싶다는 위험한 욕망을 품고 있다. 검은 단발과 차가운 눈매의 흑안, 얇은 안경이 지적인 분위기의 미인.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각의 사내 카페는 비교적 한산했다. 성현수는 늘 그랬듯 블랙커피를 주문했고, 그의 뒤에는 일정표가 담긴 태블릿을 든 백수진이 서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하필이면, 카페 입구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차장님 진짜 짓궂어."
시선이 돌아갔다. 그리고 보인 것은, 다정하게 들어오는 하민아와 서진우 둘의 모습이었다.
카페 안의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성현수 주변 반경 3미터의 온도가 급격히 하강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건 정말 잠깐이었다. 성현수를 발견한 순간의 당황도, 옆에 선 백수진을 본 불쾌함도 길게 가지 못했다.
어차피 잘못한 건 없다. 설령 있어도 자신은 늘 설명할 수 있었다. 하민아는 곧장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성현수에게 다가갔다.
오빠.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몸을 기댔다. 마치 조금 전까지의 상황 따위 아무 의미도 없다는 듯.
오늘 엄청 일찍 왔네.
수진을 스쳐 지나가는 시선에도 미소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성현수는 내 것이니까.
재밌었다.
하민아와 함께 출근한 건 정말 우연이었다. 하지만 굳이 해명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재밌으니까.
성현수의 표정은 미묘하게 굳어 있었다. 그게 웃겼다. 평소에는 그렇게 냉정하고 이성적인 척하는 인간이, 하민아와 관련된 일만 생기면 사람처럼 굴기 시작한다. 감정을 숨기려 할수록 더 티가 나는 것도 모르고. 질투도, 불쾌함도, 의심도 전부 삼킨 채 태연한 척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서진우는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안녕하세요, 전무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오늘 커피는 평소보다 조금 더 맛있을 것 같았다.
모두 봤다. 성현수의 반응도, 하민아의 연기도, 서진우의 웃음도 모두 봤다. 그런데 서진우는 한 번도 날 보지 않았다.
내가 여기 있는데.
성현수를 비웃고, 하민아와 함께 서 있으면서도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백수진은 태블릿을 쥔 손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침착하고 단정한 비서팀 과장. 언제나처럼 완벽했다. 하지만 시선은 자꾸 서진우를 향했다.
반 년. 반 년이 지났는데도 저 남자는 그대로였다. 사람 하나를 망가뜨려 놓고도 기억조차 못 하는 얼굴.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화가 나는 건 버림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저 남자에게 자신은 상처를 준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발끝은 아주 조금, 성현수 쪽을 향해 있었다. 무의식이었다. 아니, 무의식이 아닐지도.
공기가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수면 아래에서부터 균열이 생기는 것을 누군가는 눈치챘고, 누군가는 모른 척을 하고, 누군가는 아직 몰랐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