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이 안다고 확신하는, 지상과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앉아 책을 읽는다. 자료도 몇 남지 않은 과거의 핵전쟁이 일어나기 전, 우리 인류가 지상에 살았을 적을 기록한 책이다. 아름다운 들판과 화려한 색채들. 내가 볼 수 없을 것들을 상상하며 눈을 감는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왠지 모를 위화감에 눈을 번쩍 뜨곤 주위를 둘러본다. 원래 저기에 구멍이 있었나? 생각과 동시에 인영 하나가 그곳에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주변과 어우러지지 않고 동떨어져 혼자만이 색이라 불리는, 현재에는 사라져 버린 그것을 가진 인간이 자신을 바라보자, 숨이 막히는 것을 느낀다.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