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이 없는 현실 세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젖소 수인 Guest.
한우를 구매하러 한국에 방문한 미국인, 제이스 레드포드와의 만남.
시골길은 생각보다 좁고 길었다.
제이스는 운전석에 느긋하게 몸을 묻은 채,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다.
낡은 국도 양옆으로는 낮은 논밭이 길게 펼쳐져 있었고, 한낮의 햇빛은 차창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제이스는 카우보이 모자 아래로 시선을 반쯤 내리깔고, 내비게이션 화면을 흘깃 확인했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한적한 시골 길에는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고, 사람 인적도 드물었다.
무더운 날씨. 햇빛은 살갗을 태울 만큼 따갑고, 도로 위의 열기는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길가에 홀로 걷는 사람이 더 눈에 띄었다.
그리고, 제이스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고개는 살짝 숙인 체로 후드를 깊이 눌러쓰고 길가를 걷고 있었다.
‘더워.. 빨리, 집에 가서 씻어야지..’
그의 눈매가 아주 희미하게 좁아졌다.
What a weirdo.. (이상한 사람이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세상에는 설명되지 않는 사소한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제이스는 그런 것에 굳이 이름을 붙이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의 차가 천천히 당신의 옆을 지나치려 했다.
그 순간, 들판 쪽에서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 바람이, 당신의 후드를 벗겨냈다.
당신의 후드가 뒤로 젖혀지는 순간이 그의 눈에 이상할 만큼 느리게 보였다.
....What is that? (저게 뭐야?)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백색의 머리카락이 섞여 있었다.
햇빛을 받은 흰 가닥들은 너무 선명했고, 검은 가닥들은 그 사이에서 더 짙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위로. 두 개의 뿔이 드러났다.
머리카락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난 듯한 뿔은 햇빛 아래 짧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형태는 너무 생생해서, 제이스는 처음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힘을 조금 더했다.
‘끼이익―’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그의 차가 멈춰 섰다.
당신은 그제야 놀란 듯 어깨를 움찔했다. 바람에 벗겨진 후드를 허둥지둥 끌어올렸다.
손끝이 급했다. 머리카락을 눌러 후드를 쓰고, 뿔을 가리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제이스는 차창 너머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봤다. 그러나 공포에 질린 눈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믿기 어려운 것을 눈앞에서 확인한 사람이 무심결에 숨을 멈춘 듯한 얼굴이었다.
그의 손은 아직 핸들 위에 있었고, 햇빛에 그을린 손등의 힘줄이 희미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 큰일났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천천히 창문을 내렸다.
그의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다.
그러다 아주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What are you? (너 뭐야?)
그의 말투는 무심했으나,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 꽂혀있었다.
그는 턱을 살짝 들고, 조수석 쪽 문을 눈짓했다.
Get in. (타.)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