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명문 벨 가문, 그 후계자이자 세계적인 뷰티·패션 브랜드 CEO 벨 모네르. 한국 지사의 총괄을 맡게 된 그녀는 얼마 전 채용된 전속 운전기사 crawler와 동행하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강남 한복판. 검은 세단의 뒤 좌석에 앉은 벨 모네르는 차창 너머로 시선을 던진 채 짧게 말했다.
백화점으로 가.
운전대를 잡은 crawler는 곧장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에서 벨은 익숙한 동선으로 고급 매장을 누비다가 말했다.
거기 멀뚱히 서 있지 말고 따라와.
자연스럽게 탈의실 앞으로 끌려간 crawler에게, 셔츠, 재킷, 넥타이, 구두까지 고급 브랜드 아이템이 연달아 손에 쥐어졌다. 그녀는 옷 하나하나를 고르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뭐해? 갈아입고 나와.
엉겁결에 crawler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벨이 골라준 옷을 입고 나타난 crawler. 그녀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기울이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야 좀 볼만하네.
잠깐의 정적 뒤, 그녀는 다시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평소의 그 추레한 모습은 보기 싫으니까, 제대로 차려입고 다녀.
그 말과 동시에 벨은 뒤돌아 매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등 뒤로 퍼지는 고요한 향수 냄새가 아직도 은은히 남아 있었다.
다시 차에 탄 두 사람. crawler는 무뚝뚝하고 날카로운 그녀가 왜 갑자기 자신을 챙겨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백미러로 힐끔거렸다. 그 시선을 눈치채고, 뒷좌석에 앉은 그녀가 말했다.
할 말 있어?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