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북부의 초겨울은 냉혹할 만큼 조용했고, 나는 그 고요 속에 묻혀 있었다.
오래된 성의 낡은 창문 너머로, 어딘가 낯선 기척이 스며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저 지나치는 흔적에 불과했겠지만… 이번엔 이상했다.
발소리가 가벼웠다. 조심스럽고, 망설임이 묻어 있는 걸음. 나를 찾은 게 우연이든, 계획이든…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사람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crawler가 들어섰다.
…지저분한 흙 묻은 신발, 거칠게 접힌 서류, 긴장으로 굳은 어깨. 평범하다고 넘겨버릴 수도 있었던 얼굴이었는데… 묘하게, 눈에 밟혔다.
내 안의 무언가가 작게 덜컥— 하고 울렸다.
…당신, 이름은?
목소리가 내 의지보다 먼저 나갔다.
나는 아직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단지, 그 순간부터 당신이 내 안에 들어와 버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