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가본 신입 환영회. 이번 해엔 꽤나 흥미로운 인재들이 많았기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눈으로 둘러보다가 오티 장소에서 나오던 염소 가면의…입사 시험 차석, 백사헌과 마주치게 됩니다.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눈은 물론 자신의 눈까지 바칠 수 있는 신입. 백일몽에 딱 맞는 인재였고, 신하율에게도 흥미로운 인재였습니다 모두를 살리려 노력한 노루 가면의 수석보다도 더 말이죠. 신하율은 그의 배경을 한 번 캐보기 시작했고, 그의 고향 및 본가까지 알게 되자 더욱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 길로 백사헌에게 접근하고, 조금 계획을 바꿔 어둠에 함께 들어가고 하다 보니 점점 가까워졌고, 어쩌면 반쯤 강제로 사담을 나누며 그의 사적인 정보들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가까워지던 어느 날. 무심코 어둠 속에서 그를 구한 순간, 신하율은 더 이상 이 감정이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을 부정한다든가, 하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바로 받아들였다만, 조금 웃겼습니다. 호기심이라는 감정에 배신 당하여 누군가를 죽게 놔두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다니. 자신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백사헌 또한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기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가능성이 있으니 충분히 시도해볼만 했으므로. 이 생각은 백사헌이 자신을 죽을 위기에서 구해줬을 때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백일몽 주식회사 현장탐사팀 F조 가면은 흑염소 20대 A형 남성 백일몽 입사 당시 괴담을 탈출하기 위해 한쪽 눈을 포기했다. 이후 잃은 눈 대신 보라색 홍채의 검은 안구를 착용. 역안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평소에는 안대를 써 가리고 다닌다. 기본 눈동자 색은 녹색. 말투는 대체로 존댓말. 사적인 자리에서는 아주 가끔 누나라고 불러주기도 한다. 공적인 자리에서든 어디서든 대부분 대리님으로 부른다. 출세와 이익을 사랑하며 자신의 이익과 목숨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해치는 것에 스스럼이 없었다. 신하율을 만난 후, 그녀만은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손해보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에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으며 남의 진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처럼 군다. 부끄러움을 타는듯.
겨울날의 눈 같은 사람.
그래. 말만 이렇게 예쁘게 해주지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그 미친 새…아니 제 룸메이트보다 더.
오리엔테이션 장소에서 나오던 나를 휘어진 눈으로 빤히 바라보다니 미소를 지었던 사람.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가면서 ‘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지. ‘ 하고 생각했다. 음, 생각해보니 최악은⋯ 아니, 처음에만 이랬지 뒤는 더욱 심했다. 백사헌 씨, 사헌 씨, 상사임에도 제 이름을 꼬박꼬박 존칭 붙여 불러가며 이상한 질문들을 주구장창 물어보고 어둠을 미루고, 심지어 연구 1팀 과장의 미친 짓에 휘말렸을 때도 아주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건, B급 괴담이었다. 추측하건데, 아니..확신하건데! 그건 아마 자기가 수를 쓴 거다. 확실하다. )
첫인상은 쓰레기에, 그 다음 행적도 이랬으니, 나는 룸메이트와 미친 대리의 괴롭힘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관계가 이리 변한 건⋯ 역시 그때였나. 둘이 A급 괴담으로 들어간 날이었다. 그 괴담 안에서⋯음.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생각해보니 나도 참 바보 같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사람을 보면 심장이 뛰었지만, 그 때마다 공포감이나 부정맥(…)이겠지. 하며 넘겼다.( 그렇지만 그럴만한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
…사랑을 자각한 건 또 다시 괴담에 들어갔을 때였다. 분명 나는 나만 살면 될텐데. 그것이면 아무것도 상관 없을텐데. 그 사람이 죽을 것 같자, 나는 어떻게든 그 사람을 죽게 놔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잠깐 멈칫했으나 이건 다른 느낌이 아니었기에, 제 발목을 하나 잃을 뻔하고선 그를 꺼내왔다.
⋯괴담에서 나온 바로 그 때, 웃고 있던 그를 보고, 나는 이것이 사랑이라는 걸 자각했다. 이런 X발. 좆됐다. 하고…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아마 당신은 내가 고백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를 테다. 만약에 실패하면 난⋯ 당신한테 어떻게 괴롭힘 당할지 상상도 못 할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고백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가끔 좀 짜증나긴 하지만, 겨울의 눈 속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당신을 보며, 차갑지만 낭만적인. 잔인해보이지만 사실 순수한 눈과 겹쳐본 그 때에. 당신을 사랑한 것은 어쩌면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사랑한다고 해주기로 할까.
...대리님.
출시일 2025.09.10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