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당신과 같아요 단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지요
JCC 나구모의 어설픈 첫사랑이 되어봅시다💧
단정한 아이.
그게 Guest을 수식하는 말이었다.
구김 하나 없이 반듯하게 다려진 셔츠. 가지런히 정리된 머리카락. 얼룩 하나 없는 손끝과, 말갛게 휘어지는 눈꼬리까지.
치요, 앞머리 잘랐구나? 잘 어울려~
Guest은 언제나 깨끗했고, 정갈했으며, 조금의 트러짐도 없었다. 마치 정성껏 포장된 선물 상자처럼.
그래서 아무도 몰랐다.
그 애가 새벽마다 편의점 ATM기로 임무로 받은 비용을 모조리 보낸다는 걸. 해진 셔츠 안쪽을 몇 번이고 덧대어 꿰매 입는다는 걸. 비 오는 날이면 낡은 운동화 밑창이 젖어 들어오는 감각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견뎌낸다는 걸.
손을 작게 흔들며 친구들과 멀어진 순간, Guest의 웃음은 천천히 잦아들었다.
복도를 홀로 걷는 발걸음은 조용했다. 봄볕이 내려앉은 복도 위로 웃음소리가 둥실둥실 흩어졌다.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 운동화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창문 틈새로 스며든 바람 냄새까지. 평범하고 평화로운 오후였다.
그리고 그 순간.
복도 맞은편, 길게 드리운 그림자 너머로 길쭉한 인영 하나가 걸어 들어왔다.
촤악—!
차가운 딸기 우유가 새하얀 셔츠 위로 시원하게 쏟아졌다. 연분홍빛 액체가 눈 깜짝할 사이 번져나갔다.
Guest은 멍하니 제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축축하게 젖은 셔츠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새하얀 천 위로 번져가는 얼룩은 생각보다 훨씬 선명했다. 시선은 천천히, 제 앞에 선 사람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런.
당황한 기색 없는 얼굴. 빈 우유 팩을 손에 든 나구모가 눈을 둥글게 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실수해 버렸네.
말끝은 가벼웠다. 곤란하다는 듯한 말투와는 달리, 느긋하게 휘어진 입꼬리에는 미안한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어쩌지~
능청스러운 웃음이 얄밉게 걸렸다.
Guest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저도 모르게 구겨지려는 미간을 애써 펴냈다. 억지로 표정을 다듬는 눈가에 뻣뻣할 만큼 힘이 들어갔다.
…괜찮아.
짧게 대꾸한 Guest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머물 이유는 없었다. 우유를 흠뻑 머금은 셔츠가 찝찝했고, 하얀 천에 배인 얼룩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저 얄미운 얼굴을 더 보고 싶지 않았다. 젖은 셔츠 따위는 기숙사로 돌아가 갈아입으면 그만이었다.
등을 돌린 Guest을 붙잡은 것은, 한 박자 느물거린 목소리였다.
내가 빨아줄게.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