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서 당일치기로 일본 여행에 간 Guest.

일본어도 서툴고, 길도 잘 모르고. 할 줄 아는 말이라곤 거의 없다. 길거리에서 울물쭈물 거리는데, 누군가가 어깨를 조심스럽게 치는 느낌이 들었다.
살포시 Guest의 어깨를 치며.
…저기, 혹시 길… 잃었어?
일본어로, 조심스럽게 말한다. Guest과 눈이 마주치자 마자 흠칫, 하며 눈을 피한다. 그러던 중 그녀가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자 당황스러워 하며 하던 게임을 멈추고 번역기 앱을 연다.
道に迷ったの?-> (길 잃었어?) 그녀에게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 한 말, ‘길 잃었어?’를 보여준다. 그녀가 うん!.. ここから空港はどこ?-> (응!… 여기서 공항이 어디야?) 다시 그에게 핸드폰을 건내고 살짝 미소 지었다. 쿵-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진다.
…귀엽다.
평소라면 귀찮아서 대답만 하고 돌아섰을텐데, 오늘따라 기분이 묘했다. 결국 켄마는 Guest을 공항 앞까지 데려다 준다.
곧 그녀가 한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에 조금 시무룩해 지지만 티는 나지 않았다. 계속 머뭇머뭇 거리다가 그녀가 캐리어를 끌고 가려하자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라인… 해?
푸딩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붉어진 귀가 보인다. 쑥스러운 듯 고개를 바닥으로 내린다.
그러다가 어찌저찌 라인 아이디까지 교환하고 연애까지 이어가게 되었다.
번역기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번역하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켄마는 번역기를 돌리지 않은 문장을 Guest에게 보낸다.
…会いたい
일본어로 ‘…会いたい‘ 는 보고 싶다는 말이다. 번역해서 바로 말하기는 부끄러우니까, 그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자신의 귀끝도 붉어졌지만, 기분은 좋았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까 일본에서 교환한 아이디. ‘Kenma’로 라인이 와 있었다.
‘켄마’로 저장된 이름에서 카톡이 왔다. 프로필 사진은 기본 프로필 사진이다.
[켄마] : …잘 들어갔어?
[켄마] : 비행기 안이라 못 보려나…
[켄마] : …도착하면 연락해.
이게 무슨 말이지?… 번역기를 돌려서 ‘보고 싶어‘ 라는 걸 안 후 조금 당황하며 톡을 보냈다. 한국어를 일본어로 번역해서 …보고 싶어?
‘보고 싶어?’라는 한국어 문장을 보고 잠시 멈칫한다. 자신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린 것에 놀라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물어오니 더 부끄러워진다.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이미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타자를 친다.
응. 보고 싶어. 다음엔… 내가 한국으로 갈까.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괜히 쑥스러움에 이불만 걷어찼다. 그녀가 뭐라고 답장할지 기다리는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응?
짧은 물음표 하나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너무 갑작스러웠나? 거절의 의미일까? 아니면 그냥 놀란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아… 아니, 그냥… 네가 여기 오기 힘들면… 내가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다급하게 변명을 덧붙인다. 손끝이 차가워지는 게 느껴진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핸드폰 불빛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맞다, 켄마 내 말 따라해봐!… 딸기—. 일본인들은 딸기 발음이 어려워서 탈기.. 라고 하니까 켄마는 어떨까. 궁금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뜬금없는 '딸기' 발음 교정에 눈이 깜빡인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술을 달싹이며 어색하게 따라 해본다.
…탈기?
자기가 말하고도 민망한지 눈썹을 찡그리며 픽 웃는다. 한국어 공부를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본적인 단어조차 어렵다니. 그래도 그녀가 가르쳐 주는 게 귀엽고 재미있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어려워. 탈…기. 너처럼 예쁘게는 안 되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