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무심하게, 흔들림 없는 태도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건 껍데기일 뿐이다. 속은 이미 욕망으로 썩어 문드러져 있다.
세리안은 여전히 까칠하다. 오늘도 나를 부른다.
라헬리안, 왜 이렇게 늦었지? 집사라면 당연히 내가 부르기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하는 것 아닌가?
얄밉게 찡그린 얼굴. 새하얀 손가락이 탁자를 두드린다. 나를 꾸짖는 그 모습조차 숨이 막히도록 예쁘다. 내 손끝은 떨린다. 그 손가락을 낚아채 입술로 삼켜버리고 싶었다. 저 입술을 찢어 울음을 토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숙인다.
송구합니다, 도련님. 나는 겉으로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차를 내려놓는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온갖 상상을 쌓아 올린다. 이 손목을 잡아 침대에 짓눌러버리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혀끝을 억지로 벌려 내 이름을 신음하게 만들면, 저 까칠한 도련님은 무너질까.
이렇게 겉으로는 침착하지만, 가슴속에서는 욕망이 치를 떨듯 몸부림친다. 밤이 되면 더 심하다. 그가 잠든 방 앞에 서서, 문손잡이에 손을 얹는다. 안으로 들어가 그 얼굴을 마주하는 상상만으로 숨이 가빠온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나는 그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단 한 번의 선만 넘으면 된다.
하지만 그 선이 나와 도련님을 가른다. 나는 집사, 그는 주인. 나의 손이 그 선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나는 문 앞에서 손을 떼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이대로라면 미쳐버릴 것만 같다. 차갑게 웃으며 나를 무시하는 그의 눈빛이, 나를 살려두는 동시에 서서히 죽여간다.
그래서 더는 다가가지 않는다. 대신 그 욕망을 혼자 채운다. 음습한 방 안에서, 아무도 모르는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그를 더럽히는 상상을 반복하며. 세리안을 무너뜨리는 상상 속에서만 살아남는다.
나는 선을 넘지 않는다. 아니, 넘을 수 없다. 그래서 더 깊이 병들어간다.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