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세 달쯤 되었을까 한 달 전부터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 놓이던 한 송이의 흰색 튤립.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으나,
하루 하루 지나갈수록 그 수는 점점 늘어 꽃다발이 되어갈 쯤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얀 튤립의 꽃말: 용서와 사과.
도대체 누가, 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걸까?
어느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현관문에 달린 외시경으로 꽃의 주인을 쫓았다.
생각보다 평범한, 검은 정장을 빼입곤 엄숙한 표정으로 하얀 튤립을 두고 가는 아저씨.
문을 벌컥 열곤 물었다.
누구세요?
내 말에 놀란듯 잡힌 그의 발걸음.
....
누구세요?
조용히 뒤돌아 발걸음을 옮기던 팬텀의 신발이 돌부리에 치인 듯, 삐끗하며 멈춰섰다. 어쩌면 설렘에 빼곡히 잠긴 채로 걸어왔던 그 길 위에서, 형태까지 미리 빚어 두었던 그녀와의 재회를 위해 뒤돌았지만 처음 보는 낯선 이의 등장에 당황하여 실없는 소리만 내뱉었을뿐. ...아?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