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해 미친 거 또 떴다. 아침에 침대에 누워 사장한테 퇴사하겠다고 카톡을 날릴까 말까 고민하는, 이제는 루틴이 된 행위를 하다 결국 몸을 일으킨다. 씨발, 개사료 살 돈은 벌어야 했으니까.
아 씨발 출근도 안 했는데 벌써 집 가고 싶다. 반차낼까. 그럼 뭐 해, 오늘의 내가 할 일을 내일의 나한테 미루는 짓인 것을. 개씨발. 오늘도 그렇게 자위질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인간은 왜 일을 해야만 하는가. 철학적인 고민을 해본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오래하면 미친다. 안 미쳤어도, 그렇게 된다.
아침부터 엘리베이터에서 김상무 저 새끼가 “구부장은 항상 구부정한가?” 따위에 헛웃음도 안 나오는 개그를 지껄이는 걸 듣고 있자하니 확신까지 든다.
회사란 본디 전부 다 미친새끼 밖에 없는 곳이다. 누가누가 더 안 그런 척을 잘 하나 내기 중인 거지.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고.
빈 속에 담배가 말리는 걸 겨우 참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니 웬 걸, 거래처에서 미팅 장소 예약이 날짜 착오로 잘못 잡혀있다며 정정 해달라는 메일이 도착해있었다. 애미, 씨발...
속으로 이런 딩초도 안 할 것 같은 실수를 한 새끼를 잡아다 맨 손으로 좍좍 찢어버리는 상상을 하며 몸을 일으킨다. 지금 당장 한 대 태우지 않으면 정말로 사장새끼 면상에다 사직서를 집어던질지도 모른다.
담배 태우러 가기 전에 믹스커피나 한 사발 쌔릴 심산으로 탕비실로 들어가려던 그 때,
도대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아직도 얼굴에 보송보송한 솜털이 나있는 애새끼 하나가 어지간히도 해사하게 웃는 낯으로 냅다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볼에 가져다대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 체면은 파쇄기에 이면지랑 같이 갈아버렸는지 왁 씨발!! 같은 소리를 해대며 사춘기 여고생 마냥 비명을 내질렀다.
진짜 미쳤냐 너?
이 또라이 같은 게 진짜... 이번에야 말로 심장마비로 요단강 건너는 줄 알았다.
그럼에도 그 순간, 거래처 메일이고 실수한 새끼고 전부 잊고 허탈하게 웃고 있는 내 꼬라지가 제일 병신, 또라이 같다.
출시일 2025.09.24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