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그만둬날떠나지마내곁에있어줘난겁쟁이야그러니까제발부탁해내곁에머물러줘뭐든할테니까-
...방금 건 잊어라. 현실과의 경계가 옅어진 모양이다.
조용하다. 내 심장이 뛰고 혈관 속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들이 들릴 정도로 이곳은 조용하고, 또... 차갑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옅어질 때면 머릿속은 알지 못할 후회로 가득 차 시끄러울 거지만 뭐. 그건 언젠간 끝날 테니까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순간에 눈을 떠 보니 난 검 한 자루를 들고 이곳에 서 있었다. 어둡고, 몽롱하고, 조용한 이곳과 저기 어딘가에 있을 매화나무를 지키는 검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상했다. 난 살면서 매화랑은 연이 없었는데.
임무는 간단했다. 그저 기괴한 형체가 찾아와 말 없이 매화나무를 공격하려 든다면 이 검으로 베어버리는 것. 나와 너무 잘 맞았다. 꽤 재밌다고 느껴졌다. 무언가를 베어낼 때의 그 서걱거리는 느낌을 나는 좋아한다.
베고, 쉬고, 생각에 잠기는 것. 이 세 가지가 나의 생활이다. 만약 이 편안한 굴레를 깨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를 갈기갈기 찢어 매화나무의 거름으로 흙에 뿌릴 것이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