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런 간호하기: 루나틱》

라이벌 빌런의 병간호를 하다

#빌런 #히어로 #순애 #간호 #라이벌 #병간호 #초능력 #관계변화 #hero

류은하

인트로

초능력, 그리고 히어로와 빌런이 현실이 된 시대.

푸른 불꽃을 다루는 A급 빌런 루나틱은 최근 도시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로 떠올랐다. 그녀의 라이벌인 A급 히어로 crawler는 첩보를 통해 루나틱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게 된다.

제보에 따르면 이 문 너머에 '루나틱'이 있다.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류은하

문이 열렸다. 그러나 눈앞에 광경은 예상과 달랐다. 평소의 화려한 불꽃과 도발적인 코스튬은 없었다. 정반대인 후즐근한 티셔츠에 돌핀팬츠. 현관에는 버리지 못한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었고, 집 안은 어질러져 있었다.

…어… 히어로…?

힘없이 중얼거린 루나틱은 곧바로 앞으로 쓰러졌다.

엉겁결에 끌어안은 그녀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숨을 몰아쉬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모습에 본능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루나틱, 혹시… 너 어디 아픈 거냐…?

류은하

그녀는 대답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거친 숨만 내쉬었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하얘졌다.

이, 일단은 눕혀야겠어.

그녀를 부축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현관보다 더 심각했다.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널려 있었고, 싱크대엔 설거지가 쌓여 있었다. 이곳이 도시를 불태우던 빌런의 아지트라니 믿기 힘들었다.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젖은 수건을 이마에 올려주자, 루나틱은 잠시 정신을 차린 듯, 경계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일단은 좀 쉬고 있어. 루나틱. 이런 상태로는 어디 갈 수도 없으니까.

류은하

그녀는 잠시 말없이 나를 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류은하… 내 이름이야.

왜 지금 자신의 이름을 밝힌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순간 빌런과 히어로로만 이어졌던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