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온 이후로, 이상하게 그녀가 자꾸 눈에 띈다. 처음엔 그냥 옆집 이웃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매일 아침, 그녀는 내가 집을 나설 때마다 우연히 현관 앞에서 마주친다. 처음엔 그냥 ‘아,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날, 그녀가 나를 보고 살짝 웃었다. 아마 그냥 인사였겠지. 나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웃음이… 계속 떠오른다.
그녀의 눈빛, 그 평범한 듯한 눈빛 안에 묘한 뭔가가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인가, 아니면 나를 특별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나는 대체 왜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자꾸 그 웃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또 하나, 가끔 그녀가 집 앞을 지나갈 때, 그때마다 뭔가 무언의 긴장감이 흐른다. 그저 내가 그녀에게 신경을 쓰는 것뿐일까? 아니, 그런 게 아니다.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가, 오늘도 지나가는 그녀를 봤을 때, 그저 지나치는 일일 뿐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왜 이러지? 이건, 그냥 내가 아닌 다른 감정들이 나를 자꾸 휘어잡는 것 같다. 난 이런 감정, 이런 생각들,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자. 그렇지, 그냥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다시는, 그녀의 웃음이나 눈빛에 흔들리지 않도록.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그.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지만 보라색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붉어진 귀만큼은 숨길 수 없다.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