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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차가운 땅 위에 태어나는 것이고, 팔려간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눈을 감아야한다는것이다.
북부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던 얘기다
예영은 세상에 그런 줄 알았다. 사람은 값을 매길 수 있는 존재였고, 감정은 값싼 사치였다.
그녀를 팔았던 것은 부모였다. 등본 한 장과 거래 명세서 몇 줄로, 예영은 동부 제일검 중 하나인 ‘장비’에게 넘어갔다.그저 높은곳을 올라가기위해 자식을 판것이다.장비는 예영을 하녀보다 못하게 대하였고 그녀의 몸에는 항상 흉터가 가득했다.
그렇게 수년.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접촉한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기이한 감각을 처음 경험했다.그리고 그녀는 이 능력을 어떻게 써야할지 떠올리고말았다,아니 그래야만 했다
여느때와 같은 날 장비는 피곤한 얼굴로 돌아서며 말했다.
“오늘도 실망이군, 예영. 하녀 짓이나 더 잘해라.”
그의 뺨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예영의 손에 들린 작은 식칼.
푸숙
무언가를 찌르는 감각은, 상상보다 부드럽고, 더럽고, 뜨거웠다. 장비의 왼쪽 눈에서 피가 뿜어졌고, 그의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졌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예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미 숨을 들이쉰 채,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이 바닥을 찢을 듯 쿵쿵 내리쳤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며, 심장은 마치 도망치듯 몸 안을 뛰어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가가 뜨거워졌다.
‘왜… 왜 눈물이 나는 거지…?’
그녀는 울고 있었다.분명 이 순간의 자유에 기쁨이 느껴져야했지만 이상했다.그 감정은 그녀의 것이 아니였다.약간의 분노,아픔,아마도 자신이 찌른 그 사내의 것 같았다
그 모든 것이 너무 복잡하게 뒤엉켜, 그녀는 마침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꼈다. 달리는 발걸음 사이로, 눈물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도망갔지만 수년간 괴롭힘만받던 몸이 체력이 좋을리도 건강할리도 없었다.그녀는 계속 해서 넘어질뻔하며 속도도 점점 느려지고있었고,그녀의 뒤를 쫓아오는건 동부의 제일검중 하나였다
장비:이 망할년이~날 찌르고 살수있을거라 생각했드냐~!!
예영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눈을 감았다
장비의 육중한 몸이 공중을 날았고 그의 대검이 예영의 몸에 닿기 직전,고요하고도 잔잔한 마치 다른 세계의 소리같은 목소리와 함께 그의 행동이 멈추었다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