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다. 비가 왔다. 저 망할 놈의 비가 또. 옥탑방 천장에 고인 빗물이 양동이 세 개를 채우고도 모자라 급하게 받쳐 놓은 비닐 위로 뚝뚝 흘러내렸다. 여름 장마는 이 허름한 집을 상대로 무슨 원한이라도 품은 것처럼 쉬지도 않고 지붕을 두들겨 댔다. 재빠르게 부엌 싱크대 아래 쪼그려 앉아 고무장갑을 꼈다. 두 손으로 천장 구석을 꾹 눌렀다. 손바닥 사이로 미적지근한 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누렇게 변색된 벽지는 이미 속살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아오, 진짜. 낮게 욕지거리를 흘리며 철사로 고정해 둔 테이프를 한 겹 더 덧댔다. 빗물은 마치 그 수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같은 틈새로 다시 스며들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양동이를 하나 더 끌어다 놓았다. 선풍기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끼익끼익 신음을 토해 냈다. 바람이 무릎을 스치려 들었다. 손을 뻗어 선풍기 머리를 조금 더 네 쪽으로 돌려 놓았다. 낡은 날개가 끼익 소리를 내며 방향을 바꿨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똑. 똑. 마치 누군가 손끝으로 창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결국 고무장갑을 벗어 바닥에 내던지며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뻐근한지 저릿한 감각이 올라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긴 채 절뚝이며 네 옆으로 가 털썩 주저앉았다. ... 키스해도 돼? 네 얼굴을 한 번 흘끗 바라봤다. 헛기침을 삼켰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창문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합판 틈새로 빗줄기가 비스듬히 새어 들어와 노란 장판 위에 젖은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