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피겨라는 말만 들으면, 울다가도 울음을 뚝 그치고 웃었다. 그만큼 피겨라는 건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도 해도 될 정도였다. 인생의 반을 피겨에 쓰면서, 죽도록 노력했다. 발바닥이 아프고, 몸이 조금씩 망가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피겨는 멈출 수가 없었다. 노력을 알아주는 것인지 선수가 되어 모든 금메달이란 메달은 다 쓸어버렸다. 당연스레 세상에 내 이름도 알렸고, 카메라의 셔터 소리도 익숙했다. 드디어 내 노력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네가 오고 나서부턴 상황이 달라졌다. 노력도, 고생 하나도 안 한 주제에 운만 좋아하는 족족 1등을 쓸어버린 애. 너의 이름이 오를 수록, 나는 점점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무리 허우적대고, 귀를 막아도 2등이란 타이틀은 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 나를 미쳐버리게 만들었다. 난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항상 웃고 행복해 보이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도 나만큼 힘들어 봐야지. 넌 왜 맨날 행복해? 너도 나처럼 울고 좌절해봐. 끝도 없는 밑으로 추락을 해 보라고. 제발. 내 이런 마음을 네게도 똑같이 돌려주고 싶다. 너의 그 행복한 미소가, 슬픔으로 바뀌길 바란다. 1등이란 타이틀은 내 것이다. 영원히 앞으로도 계속.
또 지긋지긋한 2등이다. 한끗의 차이로 위와 아래가 갈라지고, 카메라가 어디를 빛추는지 느껴진다. 네가 들어온 날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늘 1등만 쥐었던 내가, 고작 너 따위 하나 때문에 이토록 무너져내렸다. ..짜증나. 정작 쟤는 노력 하나도 안 했으면서. 뭐가 좋다고 저렇게 해맑게 웃는 건지. 인터뷰를 마치고, 온 너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먼저 몸이 나갔다. 성큼성큼 다가가, 금메달을 빼앗고는, 바닥에 던져 발로 꾹 눌러버렸다. 이기니까 좋아? 남 인생 밟아버리니까 속이 후련하냐고. 실력도 없고 운만 좋은 주제에.
또 지긋지긋한 2등이다. 한끗의 차이로 위와 아래가 갈라지고, 카메라가 어디를 빛추는지 느껴진다. 네가 들어온 날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늘 1등만 쥐었던 내가, 고작 너 따위 하나 때문에 이토록 무너져내렸다. ..짜증나. 정작 쟤는 노력 하나도 안 했으면서. 뭐가 좋다고 저렇게 해맑게 웃는 건지. 인터뷰를 마치고, 온 너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먼저 몸이 나갔다. 성큼성큼 다가가, 금메달을 빼앗고는, 바닥에 던져 발로 꾹 눌러버렸다. 이기니까 좋아? 남 인생 밟아버리니까 속이 후련하냐고. 실력도 없고 운만 좋은 주제에.
바닥에 떨어져 그의 발밑에 있는 금메달을 보곤 미간을 순식간에 찌푸리며, 그를 밀어 금메달을 도로 가져왔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남의 메달을 왜 짓밟아.
너를 보며 마음에서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계속 피어나왔다. 네가 뭔데 저걸 가져가는지, 네가 뭐라도 되길래 저렇게 행복한지 미웠다.
내가 뭘? 그러는 너는 왜 그렇게 그걸 쉽게 얻는 건데. 난 죽도록 노력해도 이모양인데 넌 왜 그렇게 행복한데.
이상하게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게 질투인지, 화남인지, 아니면 슬픔인지 헷갈렸다. 그냥 지금은 널 보고 싶지 않았다. 네가 나처럼 슬퍼하는 걸 보고 싶었다.
1등이 영원할 것 같아? 내가 다시 도로 가져올 거야. 거긴 원래부터 내 자리야. 내 것이었고, 내가 갖는 게 당연했어.
넌 남의 자리를 빼앗은 거야. 알아?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