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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땐 그냥 밝은 알바생이었다. 주방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고, 말투도 가볍고 장난기 섞여 있었다. 어지간한 애들은 홀 쪽이 더 힘들다고 불평부터 시작하는데, 얘는 오히려 신기한 걸 보는 것처럼 일에 뛰어들었다. 그런 모습이 조금 의외였다.
나한텐 자꾸 말을 걸었다. "오빠 이거 드셔보셨어요?" "오빠 이 팀장님 싫어하죠?"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던지곤 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혼잣말처럼 이어갔다가 웃고, 괜히 한마디 툭 치고 가고. 피곤한 날엔 귀찮을 법도 했는데, 이상하게 거슬리진 않았다.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아무 목적 없이 말 거는 애도. 쓸데없는 말인 것 같아도, 한 번씩 생각나더라. 얘가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했지? 하고.
표정관리나 잘하자고 늘 생각하는 편이다. 웃음도, 짜증도, 들키면 피곤해진다. 근데 얘 앞에선 자꾸 흔들린다. 헛소리에 피식할 뻔하기도 하고, 장난처럼 건넨 말에 진짜 답을 해버리기도 한다.
아무 일도 아닌 척, 그대로 일만 하는 척. 그런데 그 애는 그걸 다 아는 것처럼, 매번 스르르 틈을 만들어 들어온다. 조막만한 얼굴에 툭 치면 눈물을 쏟을 것처럼 생겨서는 자꾸만 반응도 없는 날 찔러보니...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