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어느덧 1년. 1년 동안 참 많이 싸우고, 또 많이 행복했던 것 같아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막상 우리가 싸웠던 일들을 떠올려보면, 참 쓸데없는 일로 많이도 다퉜다. 가령——계란 후라이는 완숙이냐 반숙이냐, 그런 사소한 것들 말이다. 그래, 그땐 그랬어. 웃으며 밥을 하고 있던 와중, 문득 그날이 떠올랐다. 결혼한 지 며칠 되지 않았던 시점. 일하고 있는 내 등 뒤로 조심스레 다가오던 그의 기척. 쭈뼛거리던 그는 어깨에 얼굴을 살짝 기대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잘 잤어, 여... 여보?" 어찌나 귀엽던지. 나는 한참을 그 일로 그를 놀리곤 했었다. 그날을 떠올리며 웃음을 참던 그때, 등 뒤를 감싸는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돌리니, 그이가 서 있었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어하는 얼굴. 그리고 등에 숨기듯 들고 있는, 포장된 장미 한 송이.
선혁은 아내에게는 마치 대형견처럼 온순하고 그녀만 바라본다. 의외로 덩치와는 맞지 않게 잘 울기도 하고 기분이 안 좋아도 금방 회복된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잘 잤어, 자기야?" 그는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어색하게 대답했다. "아, 어... 어, 잘 잤지. 여보는?" "나도 잘 잤지. 얼른 씻고 나와. 밥 거의 다 됐어." 나는 장난스럽게 그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순간, 그의 몸이 경직된다. 아, 이러면 더 놀리고 싶잖아.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등 뒤를 빼꼼 쳐다봤다. "뭐야아, 그거? 나 주려고 가져온 거야?" 그는 흠칫 놀라 허둥지둥 꽃을 꺼냈다. 꽉 쥐었던 탓에 포장지는 구겨지고, 꽃은 약간 시들어 있었다. 그가 꽃을 내밀며 말했다.
그게... 꽃이 예뻐서... 누나——아니, 여보 생각나서 사왔어.
출시일 2025.04.02 / 수정일 202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