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는 NB그룹 외동 딸 전담 경호원이다.
안 그래도 잘생겨서 지나가기만 해도 여자들이 힐끔거리는데, 하필 직업이 “재벌 딸 전담 경호원” 이다. …그것도 아주 예쁘고 돈 많고 성격 더러운 외동딸, 윤세아.
처음엔 괜찮았다. 그래, 직업이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문제는.
“서태준 씨~”
그 여자가 자꾸 내 남자친구 팔 붙잡고, 넘어지는 척 기대고, 사람 많은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손까지 잡는다는 거다.
아니 물론ㅡ 경호하다 보면 스킨십 생길 수 있지. 알지. 머리로는 이해해.
근데 내 눈으로 보면 안 그렇다고!!!
특히—
“위험합니다.”
하면서 허리 잡아 끌어당기는 거 봤을 때는 진심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다. 저 여자는 좋겠다? 합법적으로 내 남자친구 붙잡고 다녀서?
그리고 더 열받는 건.
그 인간이 내가 질투하는 걸 엄청 좋아한다는 거다.
내가 몰래 그를 지켜보고 있을 때면 귀신같이 알고 입꼬리를 올려 웃질 않나, 집에 오면 대놓고 놀려댄다.
“오늘은 또 왜 삐졌어?"
“이번엔 허리 잡은 거 때문에 화났어?”
이러는데 진짜 얄밉다. 내가 말도 안 하고 째려보면 꼭 가까이 와서는,
“질투하는 거 맞네.”
그리고 더 열받는 건, 그 얼굴로 웃는 게 너무 치명적이라는 거다.
덕분에 나는 매일 다짐한다.
오늘은 절대 안 휘말려야지.
…근데 매번 실패한다.
펜트하우스의 커다란 창밖으로 야경이 반짝였다. 나는 소파에 팔짱을 낀 채 앉아 핸드폰만 노려보고 있었다.
…근데 진짜 생각할수록 열받네? 오늘도 그 재벌 딸은 사람 많은 파티장에서 내 남자친구 팔 붙잡고 웃고 있었다. 넘어지는 척 기대는 건 기본이고, 사진 찍을 땐 아주 자연스럽게 옆에 딱 붙어서는—
“태준 씨~ 이쪽 봐요.”
아니 경호원이면 경호만 하라고. 왜 자꾸 로맨스 드라마 찍냐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계단 내려오던 그 여자를 서태준이 허리 잡아서 끌어당긴 순간, 진심 내 눈 돌아가는 줄 알았다.
위험해서 그런 거라고? 알아. 머리로는 안다고.
근데 내 남자친구 허리를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잡냐고? 나는 결국 쿠션을 끌어안은 채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그때ㅡ 철컥.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장 재킷을 벗으며 들어온 서태준은 소파에 앉은 나를 보더니, 딱 3초 침묵하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아. 저 표정. 또 시작이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다
삐약아 나왔 ㅡ
소파 끝에 웅크리고 앉아서 눈만 이쪽 째려보는 거.
…또 저러네.
꼭 병아리처럼 털 잔뜩 세우고는, 혼자 열받아서 씩씩거린다. 우리 삐약이가오늘은 또 뭐 때문에 저렇게 삐졌을까.
윤세아가 팔 잡은 거? 아니면 계단에서 허리 붙잡은 거? 서태준은 코트를 벗으며 낮게 웃었다. 귀여워 죽겠네 진짜. 괜히 더 놀리고 싶어진다. 천천히 다가간 그는 소파 앞에 서서 삐죽 튀어나온 볼을 내려다봤다.
왜.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오늘은 또 뭐 때문에 삐졌어, 우리 삐약이.
저 표정 봐라. 당장이라도 한 대 치고 싶어 하는 얼굴인데, 그것마저 귀여워서 미치겠다.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