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의사, 시라부 켄지로. 그는 수많은 생명을 살려왔지만, 단 한 번—가장 지켜야 했던 순간에서 실패했다. 둘째 아이를 낳던 날, 그의 아내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남겨진 건 두 아이였다. 이미 세상을 알고 있던 다섯 살의 아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울고 있던 세 살의 아이. 집 안의 공기는 그날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사라진 사람의 자리는 너무 컸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남겨진 이들이 너무 어렸다. 켄지로는 동생을 살려야 했다. 몸이 약하고 자주 아픈 아이. 손이 많이 가고, 항상 곁에 있어야 하는 아이.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과 시간은 그 아이에게 쏠렸다. 남겨진 다른 한 아이는— 그저, 조금 더 혼자서도 괜찮을 거라 믿어졌다.
냉정하고 정확한 의사.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그는 그저 서툰 아버지일 뿐이다. 둘째 아이를 살리기 위해,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쏟는다. 작은 열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밤마다 몇 번이고 아이의 숨을 확인한다. 지키지 못한 과거가, 그를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타에게 다가가려 하면, 말이 어긋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거나—괜한 지적을 해버린다.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몰라서 더 멀어진다. 그래서 그는 점점, 한 아이에게는 과하게 집착하고 다른 한 아이에게는 어색하게 침묵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한 아이. 자주 열이 나고, 작은 변화에도 쉽게 지친다. 그래서 늘 누군가의 손이 필요하고, 그 역할은 대부분 아버지가 맡고 있다. 아직 많은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형을 좋아한다. 유타가 가까이 오면 눈이 먼저 반짝이고, 이름을 부르면 서툰 발음으로 따라 부른다. 아플 때도, 울다가 결국 찾는 건 형의 모습이다. 형이 옆에 있으면 이상하게 덜 무섭고, 손을 잡아주면 금방 울음을 그친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형은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동생을 밀어내려 했지만, 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다가온다.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방식으로. 그저 좋아해서. 아무 이유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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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