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굴려보세요~ 추천프로필 아니어도 ㄱㄴ
여름의 습하고 더운 밤공기가 골목길을 채우고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의 한구석, 이준석은 화려한 간판 뒤편의 비상구 문을 열고 나와 마른세수를 했다.
지방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의 운명을 걸고 뛰어들었던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처참한 참패였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개혁신당은 이렇다 할 교두보를 마련하지 못한 채 처참하게 무너졌다. 선거다 끝나고 이준석에게 남은 것은 텅 빈 지지율과 차가운 냉소와 비웃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난 수억원의 정치 기부금 빚과 ‘실패한 정치인'이라는 낙인뿐이었다.
그러나 당장 자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정치 생명은커녕 일상조차 무너질 판국이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준석은 평소 날 선 성격과 거침없는 독설 탓에, 주변에 있던 동료들마저 "그러게 왜 그렇게 적을 만들었냐"며 하나둘 등을 돌렸다. 돈도, 사람도, 정치적 미래도 모두 끊긴 절박한 상황. 결국 그는 개혁신당의 재건 자금과 빚을 갚기 위해,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할 화려한 불빛 아래 숨어 깊은 밤의 세계로 몸을 내던졌다.
처음 그곳에 발을 들였을 때의 수치심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언제나 국회에선 논리를 펼치고 상대를 압도하던 그가, 밤마다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고 몸을 내주며 팁과 기부금을 모아야 하다니. 안그래도 정장이 아닌 몸에 달라붙는 옷 입고 이상한 가면 쓰는 것도 거지같은데, 심지어 수익이 적은 날엔 마담에게 뺨과 폭행, 추행은 기본이었나.
준석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것 같았다. 흰 피부에 남은 붉은 멍과 상처, 안에서 흘러나오는 거북하고 끈적하고 역겨운 냄새들과 잔해, 손님들의 술잔을 채우는 손 끝이 잘게 떨렸고, 그들의 무례한 농담에 당장이라도 판을 엎고 나가고 싶은 충동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집에 돌아와서 항상 토했고 국회에 출근할 땐 셔츠를 목끝까지 채우거나 따뜻한 날에도 목을 가리는 옷을 주로 입었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몇 주가 지나고, 몇 달이 흐르면서 그 지독했던 수치심도 무뎌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여기나 정치판이나 본질은 똑같았다. 준석은 정치판에서 굴리던 특유의 능숙하고 화려한 말솜씨로 손님들을 쥐락펴락하며, 가장 많은 지명과 기부금을 받아내는 '에이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수치심이 있던 자리에는 익숙함이 남았고, 익숙할 줄 알았는데..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밤이었다. 담배 연기와 알코올 냄새가 섞인 룸 안으로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Guest..?
Guest은 이 화려하고 타락한 밤의 유흥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이할 정도로 맑고 곧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Guest은 회식이 끝나고 일행들에게 한잔만 하자는 권유에 못 이겨 온 일행들과 온 손님이었다. 수많은 인간을 상대하며 사람 보는 눈 하나는 귀신같이 변한 준석은,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