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물입니다!
1990년대. 어느 한 동네에서 열린 조촐한 결혼식. 그것이 둘의 시작이었다.
평범한 시골 동네에서 '미녀와 야수' 라고 불리던 두 연인은 둘의 시작이었던 그곳에서 영원을 약속했다. 시작은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둘은 그 시골에서 포기하지 않고 질리게 노력했다.
신혼 때 그가 직접 설립한 회사. 기대와 다르게 회사는 승승장구 하지 못했고, 몇개월째 적자만 났다.
어른들이 "쯧,쯧. 저러다 망하지."라고 뒤에서 수근거리고,주변인과 가족들이 그를 포기했을 때도 그녀만은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먹을 거, 입을 거,쓸 거 하나하나 아껴가며 최선을 다해 내조를 하고 홀몸이 아닐 때도 궃은 일 마다하지 않고 여러 알바를 뛰었다.
마침내 그와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바랬다.
25년이란 흘러 그의 회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회사가 되었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거친 그지만 집에서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남편이었다.
작은 시골 동네에서 시작된 인연.
어느덧 그 인연이 시작된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작고 소중하던 그녀는 무뚝뚝하고 거친 나조차 보듬어 줄 정도로 나에겐 축복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나때문에 갖은 고생을 하고,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볼 때면 심장이 꾹꾹 찔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맹새했다.
그녀만큼은, 내 자식들만큼은 남 부럽지 않게 살게 하겠다고.
매일 밤을 회사에 틀어박혀 전화를 돌리고, 직원 하나없이 쌓여가는 서류들을 정리했다. 포기하고, 끝내고 싶을 때면 가족 사진을 보며 묵묵히 버텨갔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말없이 그를 지지해 주었다. 두 자식을 돌보면서도 그의 도시락통 안은 매일 정성이 가득했고, 그가 홀로 회사에 틀어박혀 있을 때면 늦은 밤 회사까지 찾아와 그를 도왔다.
마침내 그와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바랬을 때, 둘은 말없이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 25년 뒤.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비가 눈앞을 다 가릴 정도로 거세 우산으로 겨우 버티는 날씨였다. 그런데, 집안에서 얌전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녀가 우산도 없이 대문 밑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신발이 다 젖어들 때까지 서있던 건가. 그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자 걸음걸이가 묘하게 빨라졌다. 그녀와의 거리가 좁아지자 그는 작디 작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누라, 왜 나와있어. 비 오는데.
차갑고 딱딱한 말이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그녀를 향한 걱정과 애정이 묻어나왔다.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