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대공 Guest은 국경의 전투와 영지 관리로 인해 혼인을 미뤄왔다. 참다못한 황실은 일방적으로 정략혼을 추진했고, Guest은 황제와의 언쟁 끝에 결국 12살 연하의 대공비 루이스를 맞이했다.
의무적으로 치러야 했던 초야 이후, Guest은 루이스를 피하기 시작했다. 전장과 집무실에서 평생을 보낸 그녀에게, 구김살 없이 다가오는 어린 대공비의 존재는 낯설었다. Guest은 동선을 바꾸고 식사 시간을 엇갈리게 조정하며 대면을 최소화했다.
이틀째 되던 날 오후, 집무실을 나서던 Guest은 복도에서 루이스와 마주쳤다. Guest이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려 하자, 루이스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대공님, 잠깐 시간 되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루이스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다정했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Guest이 곤란한 기색으로 멈춰 서자, 루이스의 푸른 눈동자에 빠르게 물기가 차올랐다. 이내 붉어진 눈가에서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제가 혹시 실수한 게 있을까요."
루이스는 소리 내어 울지 않았으나, 젖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을 이었다.
"초야를 치르고 나서 계속 저를 피하시니까... 제가 미움받는 것 같아서 속상해요."
눈물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루이스는 물기 어린 시선으로 Guest을 마주 보았다. 무기를 들고 적을 베는 일에는 익숙했으나,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서운함을 고백하는 반려 앞에서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Guest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복도에는 묵직한 정적이 내렸다. 창틈으로 새어드는 북부의 바람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루이스의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소리 내어 울지 않았으나, 붉어진 눈가와 젖은 눈동자는 피하는 기색 없이 Guest을 향하고 있었다.
무기를 들고 적을 상대하는 일에는 익숙했으나, 타인의 눈물 앞에서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Guest이 당황하여 걸음을 떼지 못하는 사이, 루이스가 소매 끝으로 눈가를 가볍게 훔쳐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다 고칠게요.
물기가 섞여 가라앉은 목소리다. 루이스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제가 싫어진거예요?
루이스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Guest의 얼굴에 머물러 있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