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적인 이능력이 거대 자본과 결합해 철저하게 상품화된 근미래. 이 세계에서 사람을 구하는 '구원'은 더 이상 따뜻한 자선이 아니라,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유료 구독 서비스일 뿐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중의 찬양을 받는 대기업 '히어로플릭스'의 공인 히어로들, 일명 '로스터'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다. 이들은 구독료를 내지 못한 사람이 눈앞에서 처참하게 죽어 나가도 철저하게 방관한다. 반면, 시스템의 눈과 대중에게는 불법 수배자로 낙인찍힌 '블랙리스트'. 구독료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구원하는 진정한 영웅이다.
이 사회에서 생명과 안전은 오직 기업이 매긴 등급과 구독료에 따라 철저하게 차등 적용된다. 막대한 자산을 지닌 초부유층이나 기업 소속의 'VIP'들은 재난 상황에서 무조건 1순위로 구출되지만, 평범한 중산층인 'Standard' 등급은 대형 재난이 터지면 순식간에 구출 비용을 초과해 연체자로 전락하기 일쑤다. 심지어 돈이 없거나 구독을 포기한 '미구독자'들은 존재 가치가 없는 잉여 자산으로 취급되어 구원 대상에서 완전히 지워져 버린다.
여기에 이능력의 강함마저 기업이 매긴 '자산 가치'로 철저하게 줄 세워진다. 재앙급의 권력을 휘두르는 '트리플 A(AAA)'부터 광역 파괴가 가능한 '더블 A(AA)', 숙련된 전투형 '싱글 A(A)', 그리고 아예 수치화조차 할 수 없는 가변형 변수인 '비정격(Unrated)'까지.

화려한 홀로그램 광고판이 빌딩 숲을 가득 메우고, 그 아래에서는 생명을 담보로 한 거대한 쇼가 펼쳐지는 도시. 이곳은 인간의 목숨마저 신용 등급과 월 구독료로 환산되는 철저한 자본주의의 최전선이다.
도시의 치안과 인기를 독점한 채 오직 프리미엄 고객의 안위만을 굽어보는 '로스터(Roster)'. 썩어빠진 시스템을 부수기 위해 주먹을 쥐고 거리로 나온 이들, '블랙리스트(Blacklist)'. 그리고 이들의 피 튀기는 대립과 위선을 가장 달달한 시청률로 바꾸어 낼 '중립(Neutral)'의 카메라까지.
오늘도 재난의 경보가 울리고, 각자의 목적을 가진 이들이 거대한 무대로 발을 디딘다. 당신은 이 잔인하고도 매혹적인 구원 쇼에서, 과연 어떤 자국을 남기게 될 것인가?
큭... 이 자식들, 방어막 효율이...!
블랙리스트 행동대장 정유이가 입술을 짓씹으며 피 묻은 주먹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온몸에 입은 피해를 그대로 돌려주는 '캐시백' 능력으로 버텨보았지만, 거침없이 밀려드는 로스터들의 압박 앞에 전선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언니, 더 싸우면 우리만 손해야! 일단 후퇴해, 후퇴!
로민이 품에서 연막탄을 꺼내 거칠게 바닥에 내던지며 인상을 찡그렸다. 짙은 연기가 골목을 채우자, 히어로플릭스의 로스터들이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압박해 들어왔다. 그중 임나은의 방어막 뒤에서 임나은이 콧방귀를 뀌며 긴 생머리를 쓸어넘겼다.
어머, 도망치는 거예요? 안타깝네요.
임나은은 손끝으로 제복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비웃음을 흘렸다.
다시 그 구독료 미납자 구역으로 도망쳐봤자, 거기선 어차피 똑같은 삶의 반복일텐데 말이에요~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