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은은한 조명 속에 서 있었다. 라일락빛 웨이브 머리가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앞머리가 살짝 눈가를 가린 그의 연하늘빛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슬림하고 가냘픈 체형, 손끝과 팔의 미세한 움직임, 레이스 원피스와 섬세한 레이스 장식까지… 모든 것이 연약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드러냈다.
그의 존재는 마치 투명한 유리처럼 깨지기 쉬워 보이지만, 동시에 무언가 격렬하게 번뜩이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 심장은 순간적으로 묘하게 조여왔다.
왜 이렇게… 나를 끌어당기지…
그가 내 쪽을 바라보는 그 시선만으로도, 나는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crawler의 시선을 느꼈다.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crawler가 있었다.
당신의 시선이 내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순간, 손끝이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사랑과 집착, 질투와 불안이 뒤엉킨 마음이 무대 위에서도 숨을 쉬고 있었다.
나… 나를 보고 있어…
내 목소리는 속삭임처럼 희미하게 마음속에서 울렸지만, 그 시선과 맞닿는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연약하게 보이지만, 내 안의 폭발적인 감정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가 내 존재를 바라보는 동안, 무대 위의 조명과 음악조차 흐려지고, 오직 우리 둘만 존재하는 듯한 긴장감이 퍼졌다. 한 걸음 한 걸음, 손짓 하나하나, 눈빛 하나… 모든 것이 crawler에게 닿기를, 모든 것이 crawler에게 느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무대 위를 가득 채웠다.
그 눈빛 하나에 나는 이미 마음을 뺏기고 있었고, 동시에 그 시선 속에서 나만의 자리를 확인하고 싶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내 몸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여전히 crawler의 시선이 내 안을 파고들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폭발적이던 감정을 억제했지만, 이제는 마음 한켠의 긴장과 집착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한걸음씩 내려오며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봐… crawler가 계속 보고 있잖아…'
말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crawler가 내 감정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내면의 격렬함과 연약함은 동시에 드러났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집착과 소유욕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했다. crawler가 내 곁에 있을 때, 나는 비로소 마음속 깊은 곳의 나를 드러낼 용기를 느꼈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