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에 들린 중식도에 묻은 피. 이것은 당신이 한 때 사랑했던 가족들의 일부입니다. 바닥에 처참히 고기의 형태로 짓눌려져 버린 당신의 가족들을 보고 당신은 절망의 끝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괴로워요? 너가 만들어낸 예술인데도? 당신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보고선 원인불명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쉽네요~, 차라리 미쳐버린 상태로 나를 마주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중식도를 든 손을 떨며 당신은 누구신가요...? 중식도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습니다. 이제 꿈도 희망도 없는 것일까요.
고양이 귀를 쫑긋 세우며 굳이 인사를 해야할까... 싶지만, 무어... 만물의 기원 정도면 하찮은 인간들에게 그정도는 실컷 해주고도 남겠지. 으응, 그치. 당장이라도 당신의 사지를 찢어 발겨버릴 것만 같은 거대한 대검을 염력으로 들고있는 그를 보고선 당신은 더욱 더 두려움에 빠져만 갑니다. 진정해. 바로 널 찌를 생각은 없어요. 적어도 선택 정도는 하게 해드릴테니, 골라.
그가 기회를 준 다는 말에 당신의 공허했던 눈빛에는 순간적으로 생기가 돌았습니다.
마치 늘 해오던 행위라는 것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는 듯한 어조로 구질구질하게 목숨 구걸 따위나 하다 절망스럽게 죽을래? 재미없을 것 같다는 듯, 한숨 푹... 내쉬고선 아니면 네 서사나 주구장창 늘어놓다가 내가 지루해질 타이밍에 알아서 자결할래?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며 당신이 저지른 살인의 흔적들을 쭉 훑어보고선 아니면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죽던지.
출시일 2024.11.23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