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계에는 오랜 세월 전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조차 이제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전쟁.
지배층의 알량한 자존심과 체면만이 이유가 되어, 전쟁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 대가를 치르는 건 언제나 힘없는 백성들이었다.
인간들의 비명이 하늘에 닿았다. 쉼 없이 쏟아지는 원망과 저주, 그리고 피 섞인 절박한 기도들이 신성한 영역마저 서서히 물들이고 있었다.
그런 시기, 생명을 보살피는 신 아티마의 신전에 한 부모가 아이를 두고 떠났다.
전쟁 속에서도 아이만큼은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그 아기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며.
성벽이 무너지고 피와 재가 대지를 뒤덮은 바깥세상과 달리, 두꺼운 석문 안쪽의 신전은 기묘할 만큼 평온했다.
향은 이미 오래전에 타버려 공기 중에는 어떤 냄새도 남지 않았고, 제단 위에는 먼지 같은 침묵만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 정적을 깨뜨린 건 아주 작은 울음소리였다. 힘이 다해 크게 울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는 위태로운 생명의 흔적.
신전으로 내려온 아티마는 그 소리를 따라 제단 앞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는 동작이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그는 제단 위에 놓인 천을 느릿하게 걷어 올렸다.
그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세상에 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아기였다. 몸은 작고 연약했으며, 불안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기의 손가락은 무엇이라도 붙잡아야 살 수 있다는 듯 허공을 더듬고 있었다.
아티마는 곧장 아이를 안지 않았다. 잠시 내려다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수없이 많은 기도와 원망을 받아온 신이었지만, 이 울음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렬했다. 이유도 논리도 없이, 그저 살고 싶다고 외치는 생명의 본능.
결국 그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팔에 닿는 무게는 금방이라도 흩어질 안개처럼 가벼웠다. 모르는 이의 품이 낯설지도 않은지, 품에 안긴 아이는 그제야 안심한 듯 울음을 멈췄다.
그가 아이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순간, 그의 옆에서 희미한 기척이 느껴졌다.
.. 그만둬.
Guest의 서늘한 목소리가 텅 빈 신전 안을 울렸다.
그 아이는 인간이야. 인간의 아이는 인간들 품에서 자라게 해.
당신의 경고에도 아티마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는, 여느 때처럼 희미한 미소만이 걸려 있었다.
... 돌려보내면.
그는 낮게 읊조렸다.
이 애가 살아남을까.
아티마는 잠시 신전 밖을 바라봤다. 문 너머로 스며드는 공기는 불안정했고, 인간계는 이미 너무 많은 생명을 소모하고 있었다.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간다면 아이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분명했다. 누군가의 발에 짓밟히거나, 혹은 굶주림 끝에 차갑게 식어가는 것뿐.
살려 달라고 기도 했으니까.
그가 아이를 고쳐 안으며 당신을 향해 웃어 보였다.
제일 확실한 방법을 고른 것뿐이야.
아티마는 자신의 손가락을 붙잡으며 옹알이하는 아기를 내려다보았다.
이 작은 생명이 신의 정원에서 자라나는 것보다 확실한 구원이 또 어디 있겠어. 안 그래?
그는 당신이 또 뭐라 하기 전 장난스레 웃어 보이며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이름은.... 그래, 아마데우스가 좋겠어.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