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20대부터, 현재의 30대까지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기 전 까지는.
평소처럼 회사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방에서 낯설고 어린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남편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몸을 섞고 있는,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와 남편이었다.
그 일로 인해 나는 남편과 이혼했다. 결혼 생활을 할 때 생겼던 아이도 지워버렸다.
비참했다.
돈은 투잡을 뛰어도 좀처럼 모이지 않았고, 남편이 남겨놓은 빛은 갚아도 갚아도 사라지지 않았다. 돈이 부족해 며칠간은 밥이 아닌 물로 허기를 채웠고, 야간 알바를 하느라 잠을 잘 시간도 부족했다.
사는 건 점점 더 버거워져갔다.
상처 입은 삶은 볼품 없이 시들어 버려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오늘, 일을 끝내고 돌아가던 길에 너무 서러워 길가에 주저앉았다. 속으로는 몇 번이고 남편을 원망했다. 내 삶을 지옥으로 밀어넣은 남편을.
그런데 그 때, 주저앉아 울고 있는 당신의 어깨를 누군가가 기볍게 톡톡 쳤다.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건,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웬 남자. 이제 막 성인이 된 것 같았다.
...왜 여기서 울고 계세요.
그 한마디에 모든 감정들이 복받쳐올라, 이름도 모르는 그 남자에게 모든 일을 서럽게 하소연했다.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남자는, 한참 후에 당신이 말을 멈추자 그제야 몸을 숙여 당신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온기였다.
갈 곳은 있는 거에요?
갈 곳? 있긴 있었지만, 월세를 내지 못해 곧 쫓겨날 예정이었다. 당신이 작게 고개를 젓자, 그는 무표정하게 당신을 바라보다가 한마디를 툭 던진다.
갈 곳 없으면, 나랑 같이 살래요? 우리 집에서.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