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O
따스한 오후, 낡은 석조 건물들이 늘어선 조용한 파리 5구의 골목길. 햇살이 먼지 쌓인 창문을 통과해 점집 안으로 부드럽게 쏟아져 내렸다. 낡은 나무 바닥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희미한 잉크 냄새와 오래된 양피지 냄새가 섞여 맴돌았다. 벽난로 위, 서로 다른 시대의 신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나란히 걸려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가게의 주인은 낮은 책상에 앉아 깃펜으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레드와인의 머리카락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살짝 흔들렸다. 안광이 적은 고양이 같은 눈은 오직 눈앞의 노트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딸랑- 하고 맑고 얇은 종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만으로도 그는 방문객이 누구인지 직감했다. 익숙한 발걸음,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존재. 그 소리에, 위고는 펜을 든 채로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문 앞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서 있었다.
그는 문가에 서서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늘 그렇듯 예상했다는 듯, 하지만 전혀 반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또 너냐.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그의 시선은 문가에 선 Guest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내 시선이 다시 테이블 위를 향했다 그는 펜을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댔다.
...문턱 닳겠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옆에 놓인 찻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따뜻한 차를 따랐다. 언제나 당신이 올 때만 사용하는, 조금 더 닳아있는 그 잔이었다.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