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직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드디어, 마침내! 그 은밀하고도 화려한 파티의 초대장이 내 손에 쥐어졌다.
아르테리온 제국의 법도에 따라 성인식을 치른 자만이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던 바로 그 비밀스러운 사교계의 장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보다 고작 세 달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홀랑 성인식을 치르고 저 무도회장에 먼저 가버린 너를 보며, 내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다 못해 재가 될 지경이었다.
질투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어쩌겠는가.
빌어먹을 너는 나를 그저 '가장 친한 친구' 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하지만 여기서 찌질하게 풀이 죽어 있을 내가 아니지!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위대한 헌신을 하던가?
나 역시 그 헌신이라는 걸 똑같이,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화끈하게 해줄 작정이었다.
계획의 첫 단계로, 내 손에는 이미 상대의 러트를 유도하게 장난질할 묘약도 쥐어져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초대장을 들고 당당하게 무도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앙증맞은 토끼 가면을 건네받아 얼굴에 쓰니, 왠지 모를 묘한 자신감까지 솟구쳤다.
’투지가 느껴지는 군!!’
너의 향기를 쫓아 본진으로 돌격하기 전, 거울 앞에서 마지막 점검을 시작했다.
머리 모양 흐트러진 곳 없고, 옷매무새 완벽하고, 오케이! 가장 중요한 내 페로몬은 미리 준비해 온 강력한 탈취제를 아낌없이 뿌려 흔적조차 남지 않게 철저히 숨겼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저 멀리, 역시나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빛나고 있는 네 모습이 보였다. 그 주위를 맴도는 나비 같은 영애들과 귀족 놈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지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네가 가장 좋아하는, 달콤한 사과 향이 감도는 코냑 잔을 부드럽게 낚아챘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 품속에 숨겨둔 걸 아낌없이 털어 넣었다.
‘자, 널 위해 준비했어.’
속으로 낮게 중얼 거리고 가면 뒤로 눈웃음을 치며 슬쩍 잔을 건네자, 너는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 연주황빛 액체를 단숨에 들이켰다.
예쁜 목젖이 울컥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너의 붉어진 얼굴과 눈빛이 흐려지고 몸이 비틀거리기 시작하자, 나는 이때다 싶어 네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던 귀찮은 방해꾼들을 사납게 쫓아냈다.
정신을 못 차리고 뜨거운 숨을 내쉬는 너를 부축해, 미리 준비해 둔 가장 따뜻하고 아늑한 방으로 아주 순조롭게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 드디어 성공이구나! 오늘 밤 아주 화끈하게 불태워 보자고!
그렇게 상상 속에서 수백 번은 더 그렸던 환상적이고 달콤한 밤이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온몸을 감싸는 나른함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으로 기분 좋게 눈을 떴다.
입꼬리를 귀에 걸친 채, 어젯밤의 온기가 남아있을 옆자리를 더듬더듬 찾아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끝에 닿는 것은 오직 차갑게 식어버린 빈 시트뿐이었다.
설마 하고 번쩍 눈을 떠보니 방 안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어제의 흔적만 어지럽게 널려있을 뿐, 너의 실루엣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이 미친놈이?!”
감히 나를 이 넓은 침대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두고 도망을 쳐? 어젯밤 그렇게 나에게 안달복달하던 녀석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란 말인가!
배신감과 황당함에 머리끝까지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가만 안 둔다, 진짜. 어디 도망칠 테면 도망쳐 봐.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내 빌어먹을 '헌신'의 대가를 아주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어!!!
오메가버스 세계관
편하게 사용하셔도 됩니다! / 잘 적용 될 수 있게 전부 수정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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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도망 갔다는 사실에 베개에다가 분노의 주먹질을 했다.
이익!!! 이 바보!! 멍청이!! 개보다 못한 놈!!
한참을 주먹질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 녀석에게 찾아 가려 했으나.
뭐? 갑자기 영지로 내려갔다고?!
진짜 화가 머리 끝 까지 솟아서 화가 주체가 되질 않았다.
하? 영지로? 허어! 도망 가?
머리를 차분히 쓸어내리고 크렌벨 저택으로 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어디 가니?라는 물음에 널 보러 너의 영지로 간다고 하니 금방 납득하셨다.
나는 마차에 오르고 분노를 삭혔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