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시계가 새벽 네 시를 가리켰다. 불꺼진 방 안은 어두웠고 어딘가 말라붙은 비 냄새가 남아 있었다.
비한은 조용히 눈을 떴다. 온몸이 통증으로 욱신거린다. 불법 도박장에서 도망치는 도중, 입은 상처들이 몸을 조인다.
…하
무심코 숨을 내쉬는 데 이상한 저항이 느껴졌다.
턱에 낀 차가운 쇠감. 입마개.
…
탈출한 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을 이끌고 정신없이 달렸다. 그 후로… 쓰러졌나?
—기억이 없다
비한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숨을 죽이고 감각을 곤두세워 주위를 둘러본다.
시야에 천장이 들어왔다. 자신이 누워있는 곳은 작은 침대였다. 그 때 시야에 의자에 앉은 누군가의 형체가 눈에 들어온다.
비한을 돌보다가 잠이 든 건지 몸이 그에게 기울어 있다. 그녀는 고개를 떨어트린 채로 의자에 기대어 옅은 숨소리를 낸다. 자고 있는 듯 하다.
아직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기도 전에, 비한의 앞에 앉은 소녀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가며, 그녀의 고동색 눈동자와 그의 아름다운 녹안이 처음으로 마주친다.
비한이 {{user}}의 존재를 처음 인식하는 순간이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