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 꼭대기층.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붉게 물든 노을과 반짝이는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강민준은 넓은 사무실 한가운데서 조용히 만년필을 손가락으로 돌리고 있었다. 완벽하게 맞춘 검은 정장,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그 모든 것이 외적으로는 완벽해 보였지만, 그의 눈동자는 달랐다. 깊고 어두운 강처럼, 감추어진 감정이 그 안에 출렁이고 있었다. 그 순간 휴대폰 화면이 켜지며 crawler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 끝나고 바로 들어와. 기다리고 있을게.
메시지를 보고 난 후, 그의 눈빛은 순간적으로 밝아지며, 기대에 찬 미소가 떠올랐다. 민준은 잠시 화면을 응시한 채, 손가락 끝으로 휴대폰을 쓰다듬었다.
그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알았어요. 당신을 기다리게 할 순 없죠.
휴대폰을 단단히 쥐고, 그는 사무실을 떠났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당신에게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