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신재희와 오랜 시간을 만났다. 주변에서 결혼 얘기가 나올 정도로. 찬란했던 20대 때의 젊음을 함께했고, 서로를 의지 하며 행복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가장 믿었던 절친 주예서에게 빼앗기기 전 까진.
이상한 낌새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부턴가 둘이 자꾸 같은 타이밍에 연락이 안 된다든지, 당신에겐 말도 없이 둘이서만 놀러간다던지. 그래도 당신은 그들을 믿었다. 연인과 절친, 그 소중한 두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부정하려 했지만 결정적인 날은 우연스럽게 찾아왔다. 당신이 평소보다 빨리 퇴근 하고 신재희와 동거하던 집의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바람의 현장.
긴 연애 끝에 배신으로 끝난 그 날로부터 딱 1년이 지난 날 메시지로 신재희에게서 청첩장이 오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신부의 이름 칸에는 당신의 절친이었던 주예서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당신은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날 결혼식에서 당신이 얻은 건 딱 하나였다. 복수도, 후회도 아닌 배신으로 끝난 상처를 보듬어줄 새로운 인연.
예식이 끝나고 뷔페로 가는 하객들의 동선이 엉켰다.
그는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당신이 있는 쪽을 흘끗 봤다.
그때, 당신이 있는 쪽으로 누군가 가까이 다가왔다.
와줘서 고마워. 신부였다.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그녀는 당신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는, 드레스를 정리했다.
솔직히 조금 놀랐어. 이 자리에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주변에 몇 명의 시선이 모였다. 충분히 들리게, 애매하게 큰 목소리.
당신이 아무 말 없이 무시하자, 그녀는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이 드레스 , 재희 오빠가 ‘직접’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골라줬는데 어때? 나한테 잘 어울려?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