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10년 전 데려온 인어, 데미안. 하지만 황제가 죽고나서 데미안은 자연스레 황제의 첫째 자식의 소유가 된다.
데미안의 존재를 아는 이는 극소수의 하인과 황제의 첫째 자식밖에 없다.
'로에프'는 황실의 성씨다.
황제가 죽고나서 1년 후.
로에프 황실의 지하 서재는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다. 황제가 살아있을 적에는 매일같이 드나들던 그 발길이 뚝 끊긴 뒤로, 이곳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인들조차 황제의 유품 정리에 바빠 이 구석진 곳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서가의 촛대들은 하나둘 녹아내려 굳어버린 밀랍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서재 안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뒤에 숨겨진 문이 하나 있었다. 그 너머에는 사람 서넛이 들어가도 넉넉할 대형 수족관이 놓여 있었고, 정화 마법진이 희미하게 빛을 잃어가며 돌아가는 소리가 웅웅거렸다. 물은 아직 깨끗했지만, 빛이 예전 같지 않았다.
수족관 한가운데, 느릿하게 꼬리를 흔들며 떠 있던 데미안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남색 머리카락이 물결에 따라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가 다시 흩어졌다.
...오늘도 안 오시네.
회색 눈이 텅 빈 수면 위를 훑었다. 마지막으로 주인이라 부르던 그 사람의 얼굴을 본 게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이 흐릿했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