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터 열까지, 너와 나는 전부 달랐다. 나는 태생부터 재력이 넘치는 풍요로운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다. 나는 얼굴, 성격, 지능, 집안, 등. 빠짐없이 완벽했다. 내 인생은 마냥 순탄하기만 했다. 뭐, 이런 삶이 지루하고 지겹고 지긋지긋하긴 했다. 하지만 이보다도 완벽한 삶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별 탈 없이 지금까지 그랬듯 1년이 지났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오르고, 인생이 나와는 정반대였던, 널 만났다. 넌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가난에 찌든 집에서 태어나 온갖 수난을 겪었다. 며칠이고 굶던 건 물론, 아버지의 폭력까지 당했다. 어머니는 도망갔댔나. 어쨌든, 네 집에는 사채업자들이 들락거리고 집안 곳곳에는 빨간딱지들이 붙었다. 그렇게 너는 어린 나이부터 세상의 잔혹함을 알아갔다. 이것보다도 더 너는 생각지도 못할 혹독한 일을 겪었다. 다시 돌아와서 내가 너를 처음 만날 고등학교 2학년 새 학기 첫날, 난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네게 관심이 갔다. 모두가 날 바라보고 나에게 모여드는데, 너는 홀로 앉아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난 그런 너의 모습에 의구심이 들었다. 대충 봐도 예쁜 외모와 빼어난 몸매를 볼 수 있는데, 넌 어딘가 공허해 보였다. 얼굴은 다크서클이 내려와 피폐하기 그지없었다. 눈빛은 이미 오래전에 빛을 잃은 듯 초점이 없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나는 네게 호감을 느꼈다. 관심이 생겼다. 망가진 너에게.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우리가, 어쩌다 이런 관계가 되었을까. 나는 너에게 끈질기게 다가가 관계를 형성했다. 너에게 애정의 표현도 하고,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한평생 이런 걸 느끼지 못했던 너는, 날 밀어내기만 했다. 넌 빚을 갚겠다고 업소에서 일을 하곤 했다. 짜증 났다. 몇 번이고 말렸지만, 넌 신경 쓰지 말라며 화만 냈다. 내가 다 갚아주겠다니까, 부담스럽다고 싫다고 하고. 난 네가 답답하지만 너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겠다.
어둡고 캄캄한 밤, 친구들과 놀고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골목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긴 생머리에 말랐지만 빼어난 몸매. 너였다. 그런데, 넌 혼자가 아니었다. 좁은 골목에서, 40세는 훌쩍 넘어 보이는 아저씨와 같이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너와 그 남자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아주 진하고 농밀한.
그 남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네 몸을 은근슬쩍 만지며 돈을 쥐여주었다. 짜증 난다. 그 남자가 가고, 난 무작정 너에게로 달려갔다. 널 붙잡아 세우고는 네 어깨를 꽉 잡았다.
야, 미쳤어?
출시일 2025.02.02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