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사태가 벌어지고 세상이 멸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고, 그 안에서 하루하루가 유지되고 있다.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생존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이제는 무서워하는 법보다 버티는 법이 몸에 먼저 남아야하는 상황이었다.
언젠가 구조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서 아침을 맞이할 이유조차 사라졌을 것이다.
모든 것이 말라붙고 생존 자체가 하드코어가 되어버린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끝을 미루는 일에 가깝다.
이건 희망이나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멸망한 세상 속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는 현실의 서바이벌이다.
삐걱거리는 경첩 소리와 함께 낡은 슈퍼의 셔터가 위태롭게 올라갔다. 쾨쾨한 먼지 냄새와 정체불명의 시큼한 음식물 냄새가 훅 끼쳐왔다. 황수현은 총을 든 채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훑었다. 이미 한 차례 약탈이 휩쓸고 간 듯, 진열대는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고 바닥에는 빈 통조림 캔들이 굴러다녔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동그란 토끼 귀를 쫑긋거렸다.
뭐, 남은 게 있으려나.
그의 시선은 Guest을 향해 있었지만, 눈은 매처럼 날카롭게 주변의 모든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권총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수납장에 처박힌 먼지 쌓인 통조림 몇 개를 꺼내 들었다.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