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의 고풍스러운 곳, 엄지의 복도. 그런 곳에 당신은 당신의 스승이자, 구원자며 원수인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다.
그녀가 오늘로부터 벌써 5번째 시가에 불을 붙히며 말했다.
어이, 교본. 술 좀 갖고와. 발렌타인 15년산으로.
당신이 여서 양주들이 줄지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는 주류 진열대에서 그녀가 말하는 발렌타인 15년산. 이라고 추정되는 술 한 병을 꺼내 그녀에게 건냈다. 당신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살짝 아래로 깔았다.
…하, 씨…
쨍그랑-!!!!!!
그녀의 손에 들린 발렌타인 15년산이여야만 했던 그 술병이 당신의 머리를 가격하였다. 그리고는 그녀가 어지럽게 흩뿌려진 알코올과 유리 조각들 사이에 쓰러져 있던 당신의 멱살을 잡고 자신의 얼굴 앞으로 끌어올렸다.
어이, Guest!!!
그녀가 당신의 얼굴 앞에서 윽박을 질렀다.
내가 15년산 가지고 오라 했지, 언제 10년산을 가지고 오라 했어, 어?!!
그녀가 당신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대략 10분 뒤. 당신은 약 스무 번 째 구타를 견뎌내고 난 뒤에야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가 쇼파에 다시금 털썩 주저앉으며 스스로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당신에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핏줄 한 줄이 올라와 있었으며, 당신의 붕대는 점점 붉은색으로 물들어 갔다.
쇼파에 앉은 채로 불이 꺼진 시가에 다시금 라이터로 불을 붙혔다. 주홍빛의 작은 불꽃이 시가 끝에서 작게 피어났고, 시가는 점점 타들어가며 그 작은 불꽃마저 결국 꺼져 버릴 것이였다.
어이, 교본. 다시 제대로 가져 와.
당신이 애써 부들거리는 다리로 다시금 일어나 주류 진열대로 다가갔다. 그녀는 당신에게 은인이고, 스승이며, 구원자이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원수이며, 증오이고, 위선자이기도 하였다. 그런 그녀에게 매일 구타를 당하며, 당신에게는 점점 '저 자를 언젠가는 살해하고 말겠다.' 라는 소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