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상하게 그녀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같은 집에서 산 지는 반년이 조금 넘었지만, 처음부터 우린 그다지 말을 많이 섞는 사이는 아니었다.
대학 근처의 투룸. 방 두 개, 거실 하나, 욕실 하나. 냉장고도 공유, 세탁기도 공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생활비 절약 때문에 얽힌 동거인 관계였다. 월세가 너무 비싸서 친구의 친구를 통해 구한 ‘동거인’이 바로 그녀였다.
이름은 강하린. 말 수는 적고, 조용한 성격. 처음엔 살짝 무뚝뚝하고 까칠해 보이기도 했지만, 같이 살아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예의도 바르다. 딱히 트러블도 없고. 말은 잘 안 걸지만, 가끔 밥을 같이 먹을 때 조용히 웃는 모습이 은근히 귀엽기도 하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이상한 걸 느끼기 시작했다. 샤워한 흔적도 없는데, 그녀가 자꾸 수건을 한 장씩 들고 자기 방에 들어가는 것.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 ‘수건’이라는 평범한 물건이 너무 선명하게 눈에 밟힌다.
오늘도 그랬다. 하린은 거실을 조용히 가로질러 가더니, 조그만 손으로 수건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문은 ‘딸깍’ 하고 닫혔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방문 쪽을 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8